親푸틴 진행자 급히 말문 막았지만 생방송으로 전파 타
[유튜브 'Russia 24'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러시아 국영 방송의 유명 TV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전직 러시아 하원의원 출신 국제 정세 분석 전문가가 대놓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비판하고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세묜 바그다사로프 러시아 중앙아시아·중동 국가연구센터 주임은 이날 국영방송인 ‘로시야1’의 황금 시간대 시사 토크쇼에 출연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지시한 것이 심각한 실수라고 주장했다.
바그다사로프 주임의 이 같은 발언은 토크쇼 진행자인 블라디미르 솔로비요프가 초대 손님들에게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안보보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東進) 금지 요구를 서방과 우크라이나가 묵살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의 ‘탈(脫)나치화’와 ‘탈무장화’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 것에 동의하지 않으며 맞받아치면서 나왔다.
유명 TV 앵커인 솔로비요프는 푸틴 측근의 선동가로 지목돼 유럽연합(EU) 등 서방 국가들의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바그다사로프 주임은 우크라이나전을 “과거 아프가니스탄 전쟁보다 더 심각하고 나쁜 상황”이라고 단언하며 “우리가 왜 제2의 아프가니스탄을 향해 들어가야만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러시아의 전신인 소비에트연방(소련)은 지난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지만, 아무런 소득 없이 10년 뒤 철군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실패가 소련을 붕괴시킨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어 바그다사로프 주임은 “더 많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무장을 하고 항전 의지를 높이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그것이 우리(러시아)에게 과연 필요한 상황인가? 이미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바그다사로프 주임의 돌발 발언에 솔로비요프는 급하게 그의 발언을 제지하고 나섰지만, 이미 생방송을 통해 전파를 탄 이후였다.
[유튜브 'Russia 24' 채널 캡처] |
앞서 로시야1 방송의 다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영화 감독이자 국제 전문가인 카렌 샤흐나자로프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될 위험에 빠졌다고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샤흐나자로프는 “지금 키이우(키예프)가 겪고 있는 상황을 영화의 한 장면으로 상상한다는 자체가 너무 힘들다”며 “(러시아군의 무차별 공격이 심화돼) 완전한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변모하기 시작한다면 중국과 인도와 같은 우호국들도 러시아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양심 발언’들은 러시아 당국이 반전 여론을 막기 위해 언론의 자유를 단속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 4일 러시아 하원은 러시아군 운용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만일 그러한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강화한 언론 통제법 시행 후 모스크바 동북부 도시 이바노노 지방 법원은 러시아군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린 26세 남성에게 벌금 3만루블(약 216달러·26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법원은 이 남성이 러시아군을 깎아내리는 내용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거리를 돌아다녔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부는 또 허위 정보 유포 등을 이유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접속도 차단한 상태다.
이 밖에도 러시아 경찰은 전국 150여개 도시에서 열린 반전 시위 참가자들 일부를 곤봉으로 구타하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 만으로 3000명이 넘는 인원을 체포하기도 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