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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상] 우크라 핫라인으로 남편·형제·아들 생사 묻는 러軍 가족들, 왜? [나우,어스]
개전 후 전화 6000통 넘어…러 전역서 전화
정보당국 검열 칼날 피하려 해외거주 친척이 대신 전화도
우크라 정부 “인도주의 기반…전쟁종식 위한 선전 수단”
[CNN]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전쟁에 나간) 제 남편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요?”

“실례합니다. 연락이 끊어진 제 동생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사람이 살아있는지 알 수 있는 곳인가요?”

이 대화들은 모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으로 발생한 전쟁통에 생사를 알 수 없는 부모와 형제자매, 남편 등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정부가 설치한 ‘핫라인’에 전화한 내용들을 발췌한 것들이다.

이 중에서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전화를 거는 사람들이 우크라이나 시민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생존 귀환(Come Back From Ukraine Alive)’이란 이름의 핫라인의 주요 고객 중에는 전쟁터에 가족을 보낸 뒤 연락이 끊어진 러시아인도 상당수 차지한다.

핫라인에 전화를 건 한 러시아인은 우크라이나 교환원에게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분이신가요? 정말 죄송합니다. 저희 선택이 아니에요. 전 정말 두렵습니다.”

개전 후 전화 6000통 넘어…러 전역서 전화

미 CNN방송에 따르면 해당 핫라인은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개시된 직후 우크라이나 내무부가 주도해 설치됐다.

개전 이후 이곳으로 지금까지 6000통이 넘는 전화가 걸려왔다고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밝혔다.

핫라인 설치·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심리학자 크리스티나(가명)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핫라인이 우크라이나 시민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의 일반 시민을 위해서도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CNN]

크리스티나 씨는 “러시아군으로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의 행방을 파악하려는 러시아인 가족들의 전화가 걸려올 경우에도 정성껏 확인해주고 있다”며 “러시아에서 걸려온 전화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절박함과 불안감을 통해 러시아가 이번 전쟁에 대해 얼마나 언론과 통신을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러시아 하원은 지난 3일 러시아군 운영에 관한 명백한 허위 정보를 공개적으로 유포할 경우 최대 3년의 징역형에 처하고, 만일 그런 허위 정보가 중대한 결과를 초래했을 경우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부과토록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했다. 여기에 7일(현지시간) ‘가짜 뉴스’ 관련 첫 벌금형을 부과하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전쟁 관련 정보와 언론 보도에 대한 재갈 물리기에 착수한 것이다.

가족의 생사를 알기 위해 러시아로부터 걸려온 전화들의 발신지역을 추적한 결과, 우크라이나와 근접한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는 물론이고, 러시아 극동 블라디보스토크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의 도시들이 목록에 포함돼 있었다.

CNN은 “취재 결과, 수많은 러시아 군인이 자신들의 임무나 작전 배치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전쟁 개시 직전인 지난달 22~23일을 전후로 가족들과 연락을 취하는 것도 금지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정보 당국 검열 칼날 피하려 해외 거주 친척이 대신 전화도

전화가 걸려온 지역 중에는 미국이나 서유럽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외 지역도 다수였다.

[CNN]

미국 버지니아주(州)에서 핫라인에 전화를 걸었다는 마라트 씨는 “러시아에 살고 있는 사촌동생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러시아군으로 참전했다”며 “러시아 정보 당국의 추적이 두려워 우크라이나 정부 운영 핫라인에 연락을 하지 못하고 있는 사촌의 가족들을 대신이 자신이 전화를 걸었다”고 CNN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운영 중인 소셜미디어(SNS) 텔레그램 채널 ‘실종자를 찾아라’에서 사촌의 신분증을 봤다는 마라트 씨는 “사촌이 전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증거들이 나오고 있지만 살아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핫라인에 전화했다”며 “시신이라도 찾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핫라인에 전화했다는 마리나 씨는 CNN과 인터뷰에서 그녀의 고모가 러시아 국방부로부터 참전한 사촌과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 측은 수십명에 이르는 러시아군 포로들과 그들의 러시아 내 가족간 통화를 연결해줬다고 밝혔다.

통화 역시 러시아에 거주 중인 가족들은 보안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직접 핫라인으로 전화를 걸지 못했고, 우크라이나 측이 약속된 특정 번호로 전화를 거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우크라 정부 “인도주의 기반…전쟁 종식 위한 선전 수단”

핫라인을 통해 더 많은 러시아인이 전쟁의 실상에 대해 파악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퍼뜨리는 ‘가짜 뉴스’ 대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 측의 목표다.

크리스티나 씨는 “핫라인은 인도주의적 의미를 토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동시에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대(對)러시아 선전 수단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많은 통화 내용를 종합하면 러시아 군인 다수가 스스로 어떤 목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전쟁에 휘말려든 경우가 많다는 점이 증명되고 있다”며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이 정당하지 못하다는 점을 부각시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강화하고, 결론적으로 전쟁을 멈추려는 우리의 노력에 큰 힘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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