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발포에도 저항 분위기 번져
우크라이나 남부 소도시 멜리토폴의 시민이 러시아군에 맞서 맨몸으로 저항하고 있는 모습. 남성 뒤에는 멜리토폴의 시민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며 시위하고 있다. [Round World 유튜브 캡처] |
[헤럴드경제=유혜정 기자] “우리 동네에서 아무도 러시아를 원하지 않아요. 러시아 깃발을 보면 우리가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나 본데…. 그들을 꺾어버리고 싶습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으로 친러 성향으로 알려진 지역을 ‘해방’시키겠다고 내세웠지만 정작 이들 주민은 맨손으로 군용 트럭에 맞서는 등 격렬 저항 중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남부 소도시 멜리토폴이다.
인구 15만명인 이 도시는 지난달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개시하면서 초장부터 로켓포 공격을 쏟아부어 손아귀에 넣으려 한 핵심지였다.
러시아가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서 인접해있는 데다 옛 소련 시절부터 강제로 러시아어를 쓰게 된 주민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도시는 러시아군이 터트리는 포화 속에 공항을 포함한 주요 시설이 파괴되면서 곳곳에서 전기, 수도, 교통이 끊겼고, 주민들은 사실상 포위된 상태가 됐다.
하지만 다음 상황은 러시아 측 시나리오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주민들이 도시를 점령한 러시아군의 트럭과 총구 앞에서도 길거리로 뛰쳐나와 맨몸으로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달 26일 수천명이 우크라이나 국기를 흔들고 국가를 부르며 거리 행진을 벌였고, 지난 1일에도 수백명이 광장에 모여 “멜리토폴은 우리 땅”이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날 시위대는 곧장 거리 행진을 시작해 러시아군이 주둔한 건물로 향했다.
시위에 참여한 54살 남성은 “분노가 터져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점점 시위대가 접근하면서 러시아군이 발포를 시작했고, “우리는 비무장 민간인이다”라는 시위대 외침에도 총성이 멈추지 않는 가운데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유혈 사태에도 오히려 저항 분위기가 들불처럼 번져 매일같이 시위가 열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WSJ에 따르면 일상복 차림의 주민들이 몰려들어 러시아 군용 트럭을 맨손으로 가로막았으며, 우산을 던져 장갑차 진로를 방해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방군’으로 대접받을 줄 알고 도시에 왔던 러시아 군인들은 실제로 ‘점령군’이 된 처지에 당혹스러운 분위기라고 WSJ은 전했다.
러시아 측 회유도 현재는 통하지 않는다.
러시아 측은 주민들에게 통조림 식품을 나눠주고, 주택가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인과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라는 취지의 전단을 뿌리지만 주민들은 “쓸데없는 소리”라는 반응이다.
주민들의 중심에는 멜리토폴 시장이 버티고 있다고 한다.
33살인 이반 페도로프 시장은 러시아 측 협력 제안을 거부한 채 매일같이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리며 도시 정상화, 주민 소통에 주력한다고 한 측근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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