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우크라 전쟁 난민 인구의 10%인 400만명 예상
EU, 21년만에 비EU 회원국 전쟁난민 임시보호명령 발동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한 시민이 전쟁을 피해 온 우크라이나인을 맞이하는 모습. [디펜스 인사이더 유튜브채널]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마을에 폭격이 가해져 집에 유리가 깨질 때 우리는 집에서 빠져나왔습니다. 그리고 90시간 동안 거의 자지 못하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짐도, 돈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키우(하리코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을 피해 탈출한 31세 우크라이나 난민 아나스타샤가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중앙역에서 내려 로이터통신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외신들에 따르면 한 때 중동 난민으로 넘치던 독일 베를린 시내 베를린 중앙역은 이제 우크라이나 난민들로 북적대고 있다.
철도운영사 도이체반이 우크라이나 난민이 열차를 무상으로 탑승할 수 있게 한 뒤로 이날까지 우크라이나 난민 1000명 이상이 베를린 중앙역에 도착했다.
3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중앙역사에 마련된 우크라이나 난민 환영센터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난민들에게 음식을 건네고 있다. [로이터] |
역사의 한 층은 임시 난민 환영센터로 탈바꿈했다. 자원봉사자들은 난민들에게 긴급 구호 물품과 따뜻한 음식을 제공하고, 임시 숙소 안내까지 조직적으로 돕고 있다. 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유아복, 옷, 장난감까지 준비했다.
유럽연합(EU)이 수백만 우크라이나 난민을 받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27개 회원국 내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회의에서 우크라이나 전쟁난민에 대해 임시보호명령을 승인했다.
EU의 이번 조치는 2001년 유고슬라비아와 코소보 전쟁 당시 발동한 뒤로 21년 만에 다시 발동하는 것이다. 이 규정에 따라 비EU 국가에서 오는 피란민들이 즉각적인 임시 보호를 보장받게 된다.
EU는 망명 신청 절차를 밟지 않고도 EU 회원국에 머무를 수 있게 조치했다. 후속조치로 루마니아에는 인도주의 허브가 꾸려졌다.
미국도 EU와 유사한 조치를 내려 강제 출국 걱정 없이 우크라이나 불법체류자들을 보호하고 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외로 대피한 우크라이나 난민은 87만 명 이상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45만 명 이상이 폴란드로 대피했다. 헝가리로 약 12만 명, 몰도바로 약 8만 명, 슬로바키아로 약 7만 명이 피난했다.
러시아가 전날 흑해 항구도시 헤르손을 장악하는 등 민간인 거주지역을 공격하고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난민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유엔은 우크라이나 전체 인구 4400만명 가운데 2%인 100만명이 이미 탈출했으며 400만명이 빠져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은 현재 국내에 머물고 있는 우크라이나인 3800여 명의 체류를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 조치를 결정한 바 있다. 체류 기간이 만료됐다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정세가 안정된 후 출국할 수 있도록 했다.
과거 중동 난민 수용은 꺼리던 일본 정부도 전날 일본에 친척과 지인이 있는 이들을 1900명으로 추산하고 이들을 우선해 우크라 난민을 받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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