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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알짜 시장이었는데…” 정부 ‘뒷북’ 때문에 왜 기업들만 피해? [비즈360]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 조치 강화…FDPR 적용
‘뒷북’ 수습에 나선 정부…기업인들 “뒷북친 격” 반응
반도체 등 주력 수출 품목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
최근 러시아 은행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긴장감 고조
기업인들 “엎친데 덮친 격…수출 거래선 막히면 심각한 타격”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구 한국무역협회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관련 수출입업계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회의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지헌·원호연 기자] “정부가 타이밍을 못 잡고 뒷북을 친 격이다.”(한 경제 단체 관계자)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미국의 대(對)러시아 수출통제로 인한 피해가 국내 기업들에게 가시화되면서, 이를 질타하는 기업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러시아 은행에 대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에 이어 수출 품목 통제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정부가 미국과 협상 타이밍을 놓쳐 애꿎은 국내 기업들의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뒤늦게 스위프트 결제망 배제와 대러 전략물자 수출 차단과 등 제재에 동참하는 한편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이달 3일 미국으로 보내며 대러 수출 통제에 따른 국내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다.

최근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대(對)러시아 수출통제를 위해 꺼낸 조치인 ‘해외직접제품규제(FDPR)’의 적용 예외 대상에는 동맹인 한국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반도체·정보통신·센서·레이저·해양·항공우주 등 57개 품목·기술 분야에서 미국 기술이나 소프트웨어(SW), 장비를 활용한 제품을 러시아에 수출하려면 반드시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산업계 안팎에서는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정부의 대응이 실익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국제 질서를 읽고 이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FDPR 예외 조치 대상국에서 빠지면서 가장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꼽히는 품목은 반도체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마이크로칩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기술·부품 공급에 FDPR이 적용되면 모든 반도체 장착 제품은 미국 상무부 공업 및 안전국(BIS)의 엄격한 ‘최저함량계산준칙’에 의거해 러시아로의 수출이 원칙적으로 차단된다.

11일 오전 부산항 감만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 1∼10일 수출액(통관기준 잠정치)이 157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6% 줄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 기간 조업일수는 6.5일로 작년보다 2일 줄었다. 지난해에는 설 연휴가 2월 11∼13일이었는데 올해는 열흘가량 빨랐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4.2% 증가했다. 연합뉴스

SBS컨설팅에 따르면 이를 어길 경우 해당 기업은 미국 정부에 의해 ‘제2차 제재’에 처할 수도 있다. 미국의 최저함량계산준칙에 준해 수출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복잡한 절차와 비용으로 수출 단가가 150~250%까지 높아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앞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등이 러시아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는 추가 제재를 발표한 점 역시 국내 업체들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스위프트는 국제 금융거래와 결제 업무 등을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서울 시내 빌딩숲 모습. 김지헌 기자

한 중소기업 대표는 “스위프트는 수출을 하는 기업 중에 이용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상당히 영향력이 있는 시스템”이라며 “최근 스위프트에서 실제로 대형 러시아 은행들이 퇴출되고 있는 것으로 들었는데, 이 경우 러시아로 수출한 데 따른 자금 결제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어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러시아 은행과의 대금 결제가 어려워지면 거래 비용이 뛸 가능성이 높고, 최악의 경우 대러시아 교역 자체가 중단될 위험도 있다.

대금 결제가 지연될 위기에 놓인 기업들은 수출 통제 리스크까지 닥쳐 ‘이중고’가 불가피하다고 호소한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그래도 러시아는 ‘불량국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거래해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스위프트 제재가 생기더니 수출 품목 제한까지 터져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관계자는 “러시아는 우리나라 제품에 대한 인기가 높은 곳”이라며 “향후 미국의 승인이 불허돼 수출 거래선이 막히면 대기업뿐 아니라 중견·중소기업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장 기업들은 뾰족한 해법이 없어 난감한 입장이다. FDPR 적용으로 수출 신청부터 승인까지 이뤄지는데 최소 2~3개월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FDPR 예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며 “코트라 등에 문의해 빨리 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raw@heraldcorp.com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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