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법인 매출, 삼성전자 4.4조원, 현대·기아차 6.4조원, LG전자 1.7조원…
무역협회, 코트라 등 재계 비상대책반 가동
삼성전자 러시아 칼루가 공장 전경. [게티이미지] |
[헤럴드경제=문영규·원호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국제사회의 대(對)러시아 제재가 본격화되면 당장 현지 주요 기업들의 법인 매출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러시아 소재 법인 연매출은 최소 13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돼 전쟁과 제재가 극도에 달해 시장 붕괴로 이어진다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러 주재 16개사, 최소 13조원 매출에 타격=헤럴드경제가 28일 국내 기업들의 러시아 법인 매출을 조사한 결과 주요 기업 16개사의 연간 매출은 13조894억원(2020년 기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현지에 판매법인을 두고 칼루가 지역에 가전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국제사회가 제재에 돌입할 경우 매출 급감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삼성전자 러시아 법인의 매출(2020년)은 3072억2000만루블(약 4조3963억원)로 조사됐다.
각 법인별로 보면 삼성전자 러시아 판매법인(SERC)이 2460억4000만루블(약 3조5208억원)이었고 칼루가 공장(SERK) 매출은 585억7000만루블(약 8381억원), 삼성리서치러시아(SRR) 매출이 26억1000만루블(약 373억원) 이었다.
현지 법인 매출은 2018년 2646억2000만루블(약 3조7867억원)에서 2019년 2717억6000만루블(약 3조8889억원)로 매년 증가해 지난해까지 상승 추세가 이어졌을 것으로 예상되나 올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경제 제재로 매출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아차 러시아 법인(KMR)의 매출은 3조5770억원으로 두 번째로 많았으며 현대차 러시아 법인(HMMR)도 2조8300억원에 달했다. 모스크바 인근 루자 지역에 공장을 운영 중인 LG전자는 러시아 등 기타지역 매출이 1조6634억원이었다.
현대자동차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전경. [현대차 제공] |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16개 그룹의 러시아 해외법인 수는 53개로 조사됐으며 롯데, SK, KT&G, 한국타이어, 하이트진로 등이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현지 판매·생산법인들의 매출은 대부분 러시아 내수가 중심이며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휘청일 경우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전면전으로 확대될 경우 러시아 자동차 내수 판매가 29%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재계 ‘비상대응’ 돌입=한국무역협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인한 수출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24일부터 '우크라이나 사태 긴급 대책반' 운영에 돌입했다. 운영 이틀 만에 총 30개 사로부터 35건의 애로 사항이 접수됐다.
수출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42.9%는 서방 국가가 러시아를 글로벌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망에서 배제함에 따라 대금결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러시아로 자동차 부품을 수출하는 A사는 “제재가 장기화되면 현재 매입한 부품의 수출이 어렵고 경제가 막힐 경우 미수금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콩 무역업체를 통해 러시아산 펄프를 수입하는 B사는 국내 4대 은행을 통해 신용장(L/C)를 개설하려고 했으나 모두 거부됐다.
조선업계는 제재 장기화시 최대 7조원 규모의 잔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 3대 조선업체인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이 2020년 말 이후 러시아와 맺은 계약금액만 7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는 아직 제재 영향이 직접적이지 않아 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것은 현재로선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설치된 우크라이나 비즈니스 애로 상담센터. [연합]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지난 1월 28일부터 ‘우크라이나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기업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수출과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일일 단위로 파악해 지원 중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상황 악화가 글로벌 공급망 교란, 원부자재 가격 상승, 물류 적체 심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상황이다. 동맹국과 협력한 공급망 재편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우리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정부가 대러제재에 동참해 수출 제재가 이뤄질 경우 러시아 수출 역시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리 수출의 1.6%(99억8000만달러), 수입의 2.8% 비중을 차지하는 10위 교역대상국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제재 영향이 없지 않을 것이고 전반적인 시장 위축도 있을 것으로 부품 혹은 완제품 수출에 대한 제재 방식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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