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신재생에너지 기업 OCI의 김택중 사장은 지난 14일 환경부 주관 플라스틱 줄이기 캠페인(‘고고챌린지’)을 실천한 뒤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사장을 다음 주자로 지목했다. 단순히 캠페인 바통을 넘긴 것이지만, 최근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상황에서 새삼 주목을 받았다. 금호피앤비화학은 금호석화의 100% 자회사로 지난해 OCI와 에폭시 소재가 되는 에피클로로히드린(ECH) 생산을 위한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맺었다.
금호석화는 작년말 OCI와 315억원 규모의 자사주 맞교환도 단행했다. 금호석화 주식 17만여주와 OCI 주식 약 30만주에 대한 스왑을 체결한 것이다. 그런데 지난 11일 박철완 전 금호석화 상무가 법원에 이 맞교환 주식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 이른바 ‘조카의 난’이라 불리는 금호석화의 경영권 분쟁 재개를 예고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 3자 매각시 의결권이 되살아나는데, 박 전 상무 측은 금호석화가 경영권 방어 목적으로 사실상 우호 주주에게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OCI가 받은 금호석화 주식은 전체의 0.57%지만, 박 전 상무와의 지분 대결이 첨예해질 경우 회사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수준이다.
박 전 상무는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박인천)의 차남 고(故) 박정구 회장 아들이다. 창업주의 4남 박찬구 현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로, 금호석화 전체 주식의 8.53%(작년 3분기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개인 최대 주주다. 지분율이 박 회장(6.69%)과 박 회장의 장남 박준경 금호석화 부사장(7.17%)보다 높다. 박 전 상무가 지난해 세 누나(박은형·박은경·박은혜)에게 증여한 45만여주까지 합치면 지분율이 10%대로 올라간다.
박 전 상무가 누나들에게 주식을 나눠준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1차적으로는 ‘3%룰(주요주주가 최대 3%의 주식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한 규정)’에 따른 의결권 상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세 누나를 우호 세력으로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장녀 박은형 씨는 고 김우중 회장의 차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과 결혼했고, 차녀 박은경 씨는 장세홍 한국철강 사장의 아내다. 삼녀 박은혜씨도 허재명 일진머티리얼즈 대표와 부부다.
세 사돈가(家) 기업이 지분 매입에 나설 경우 박 전 상무에게는 든든한 후원군이 될 수 있다. 지난해 박 전 상무의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도 금호석화 지분 0.05%를 사들여 지원한 바 있다. 과거 금호석화 주식을 대거 사들인 IS동서도 박 전 상무와 손을 잡은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단순 투자 목적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이런 가운데 약 8%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현재로서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배당액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회사 친화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 전 상무는 최근 다음달 주주총회를 앞두고 작년에 이어 또 한번 회사 측에 주주제안을 발송했다. 이 제안에는 2명의 사외이사 후보와 배당 증액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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