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三立iNEWS' 채널 캡처]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최악의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베이징(北京)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대만의 한 스케이트 선수가 중국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훈련을 했다가 대만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4일 대만 자유시보(自由時報) 등에 따르면 대만 스케이트 선수인 황위팅(黃郁婷)은 최근 인스타그램에 스케이트 경기장에서 훈련하는 영상을 올렸다.
그런데 영상 속에서 그는 ‘차이니스 타이베이(Chinese Taipei)’로 표시된 대만 대표팀 유니폼이 아닌 중국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황위팅은 오랫동안 교류해온 친한 중국 선수로부터 이 유니폼을 선물로 받아 입은 것이라면서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다”고 해명했다.
일부 누리꾼은 친구로부터 받은 옷을 비공개 훈련 때 사적으로 입은 것은 개인의 자유에 속한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네가 쓴 돈이 대만 납세자들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 “중국인이 되는 것은 좋으니 대만을 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말라”는 거친 비난도 많았다.
중국 누리꾼들은 대만 누리꾼들이 ‘인터넷 폭력’을 행사한다고 비난하면서 황위팅을 감쌌다.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 서로 친해진 선수들이 서로 유니폼을 교환하는 일들은 종종 있는 일이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간 갈등이 황위팅의 행위에 민감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은 대만을 독립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무력을 동원하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통일해야 할 자국의 일개 성(省)으로 간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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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황위팅이 중국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것은 ‘중화민국’이라는 정식 국호가 아닌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만 올림픽 등 국제 대회에서 출전해야 하는 대만인들의 오랜 ‘한’을 자극한 측면도 있다.
1979년 미·중 수교를 계기로 대만은 1981년 이후 올림픽 등 국제스포츠대회에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외부로부터 ‘강요된 이름’인 ‘차이니스 타이베이’라는 표현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
지난 2018년 대만에서는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신 ‘타이완’이라는 이름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에 참가할 것인지를 두고 이른바 ‘바른 이름 되찾기’ 국민투표가 진행되기도 했다.
당시 중국은 이를 사실상의 독립 기도로 간주하면서 전방위 압박에 나섰고 해당 안건은 결국 20여만표 차이로 부결됐다.
논란이 일자 황위팅은 결국 해당 영상을 삭제하면서 자신을 응원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대만 선수들을 응원해달라고 말했다.
황위팅은 이날 밤 열리는 올림픽 개회식에 ‘차이니스 타이베이’ 대표팀의 기수를 맡으며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1,000m, 1,500m 경기에 참가한다.
realbighead@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