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 삼성전자가 사상최대 실적을 거두며 인텔을 꺾고 반도체 시장에서 1위에 올랐지만 정작 지지부진한 주가에 투자자들의 울분은 가시지 않고 있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지난해 279조60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대비 18.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51조6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5% 늘었다. 영업이익은 반도체 슈퍼 호황기였던 2018년과 2017년 이후 가장 많았다.
사상 최대 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 특수와 모바일 시장에서의 비약적인 성장이 있었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94조1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였고 모바일 부문은 109조25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특히 삼성전자는 인텔과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선두 싸움에서 승리했다. 인텔은 이날 지난해 790억2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회계연도 마감일 기준 약 93조8000억원으로 삼성전자가 약간 앞선다. 또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매출을 지난해 평균 원·달러 환율(1144.60원)을 적용해 환산하면 823억달러 수준이 된다.
모바일 분야에서도 프리미엄 폴더블 스마트폰인 ‘갤럭시Z플립3·Z폴드3’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며 실적 향상을 견인했고 가전과 디스플레이에서도 비스포크 라인업과 TV 판매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그럼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연초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8일 2.81% 오르며 반등했으나 지난해말 7만8300원과 비교하면 6.39% 하락한 상황이다. 지난해 1월 9만1000원(15일 종가)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으며 ‘10만 전자’를 바라봤던 때보다는 19.45% 하락했다.
삼성전자는 액면분할 이후 주식 열풍과 함께 ‘국민주’로 떠올랐지만 최근 시장 상황은 녹록치 않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인상 등 대내외적 악재로 인한 우려 등이 고조되며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동결했지만 조만간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글로벌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이어졌다.
이같은 주식 시장 상황과는 별개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올해 역시 300조원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올해 매출 평균은 306조1988억원에 달했다.
반도체 시장에서의 가격방어와 폴더블폰의 확산,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강화 등 올해 실적 상승의 요인이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수급과 관련해 “무리해서 판매량을 확대하기 보다는 제품 믹스와 수익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판매했다”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폴더블폰의 대중화,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저변 확대, 5G(세대) 모델 라인업 강화로 올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출하량은 견고하게 성장할 것”이라며 가전 부문에서도 “원자재 비용 상승이 부담이나, 프리미엄 라인업 강화로 판매 확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증권사들의 (6개월·12개월 선행)목표주가는 ‘10만 전자’를 향하고 있으나 비관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시장 환경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삼성전자가)연간 시장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1분기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 대해선 비수기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바일·가전 부문도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원가 절감을 시도할 것이며 부품 업체들에겐 가격 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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