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중개사협회 입장문 발표…강력대응 예고
“막대한 자금력, 정보력에 개인 중개사 맞수 못된다”
공인중개사 응시 역대 최다…경쟁 심해지는 업계
100만원 정액제 등 차별화 서비스 내놓는 곳 나와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택시업계와 ‘타다’ 서비스의 갈등이 주택 공인중개업계에서도 벌어질 조짐이다.
22일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대형 부동산 플랫폼의 중개업 진출 강력 대응’이란 제목의 입장문을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박용현 협회장 이름으로 작성된 이 입장문은 부동산 프롭테크기업 ‘직방’을 공개적으로 저격하면서 시작된다.
협회는 “최근 국내의 한 대형 부동산정보제공 플랫폼 업체가 자회사인 중개법인을 통해 개업공인중개사를 종속시킬 수 있는 중개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면서 “해당 기업은 매물 광고비 등 우리 개업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수익으로 현재의 위치에까지 오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직접 중개’ 한다는 것은 영세한 개인 공인중개사들의 생존권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안”이라며 “공인중개사들로부터 획득한 매물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과 정보력을 가지고 중개시장에 진출한다면,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음은 불보듯 뻔하다”고 언급했다.
협회는 시장 모니터링으로 회원들의 피해 발생을 예의주시하고 적극 대응해 나갈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정부와 국회에도 직방의 골목상권 침해를 법적으로 제재해달라고 입장을 강력히 전달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성우 대표[직방 제공] |
사태는 최근 직방이 아파트나 주택 매매 중개까지 뛰어들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직방은 그동안 플랫폼을 통해 오피스텔·빌라 등의 전월세 임차 매물을 지역 공인중개사와 제휴를 맺어 중개해왔다.
직방은 플랫폼과 중개의뢰인을 곧바로 연결하는 직접 중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직방과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며 “개업하지 않은 35만명 공인 중개사분들에게는 새로운 창업 기회를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중개 계약이 성사될 경우 직방은 공인중개사가 받는 수수료의 절반을 가져간다. 직방 측은 “플랫폼은 제휴 계약을 맺는 수준으로 취지는 상생”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존 공인중개사들은 ‘골목상권 침해’가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계한다. 지금이야 수수료 배분을 5대 5로 한다지만 중개사들이 플랫폼에 종속되고 나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도 “직방의 새 서비스는 기존 공인중개사들이 지역별로 공유하는 공동전산망을 대체하는 역할로 봐도 무방하겠다”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뒤에 수수료를 인상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직방 이전에도 공인중개업계에선 나름대로 파격을 내세운 서비스들이 조금씩 생겨나고 있었다.
한 업체는 부동산 중개의뢰인 중 매수자에게만 0.5% 수수료를 받는다. 매도자는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책정해 매물 매집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또다른 업체도 매수자 쪽에서만 거래가액에 상관없이 100만원을 받는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일대 시세가 평준화된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가능한 모델”이라며 “다세대, 오피스텔이 섞여있는 지역에선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여러가지 비즈니스 모델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공인중개업계 내부 경쟁이 치열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서울 대치동의 A공인 대표는 “중개사가 가만히 앉아서 들어오는 일만 잡는 편한 일이라면 폐업하는 곳이 나타나겠느냐”면서 “한 아파트 상가에만 수십여개 중개사가 있는데 인맥관리해서 매물을 끌어오는 것도 다 노력”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31회 공인중개사 시험은 역대 최다 인원인 34만명이 치렀다. 한 해 약 1만 명씩 공인중개사가 쏟아진다. 현재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자는 40만여명이지만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은 약 10만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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