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 기대에 재건축 단지 위주 강세
정부는 연일 “우려”, “신중한 대응” 강조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서울 주택 시장이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에 따른 기대심리로 다시 들썩이고 있다.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한 터라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이 뛰고 매수심리도 되살아난 모습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는 오 시장을 향해 연일 견제구를 날리며 시장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12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07% 올라 전주(0.05%)보다 상승폭을 확대했다. 서울 아파트값은 2월 첫째 주(0.10%) 이후 꾸준히 상승폭을 줄이면서 지난주 0.05%까지 내려왔는데, 10주 만에 다시 오름폭이 커졌다.
서울 용산구 유엔빌리지 인근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일대의 모습. [연합뉴스] |
노원구가 지난주 0.09%에서 이번 주 0.17%로 2배 가까이 뛰었고, 송파구(0.10%→0.12%)와 강남·서초구(0.08%→0.10%), 양천구(0.07%→0.08%), 영등포구(0.04%→0.07%) 등의 상승률이 높아졌다.
대부분 재건축 시장에서 주요 단지로 꼽는 아파트들이 있는 곳이다. 부동산 규제 완화를 공약한 오 시장이 당선되고 재건축 사업이 진척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매수심리에도 변화가 포착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0.3으로, 지난주(96.1)보다 4.2포인트 올라 기준치(100)를 넘겼다. 이 지수는 0∼200 사이에서 0에 가까울수록 공급 우위를,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 우위를 나타낸다. 지난주 4개월 만에 100 아래로 내려갔는데 한 주 만에 다시 기준선 위로 튀어 올랐다.
특히 압구정·대치·잠실동 등이 속한 동남권의 해당 지수가 103.6으로 가장 높았다. 목동·여의도가 있는 서남권이 95.9에서 101.1로, 용산·종로·중구가 속한 도심권이 98.0에서 100.7로 올라 모두 한 주 만에 기준치를 넘어섰다.
오세훈 효과가 숫자로 확인되면서 취임 즉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했던 오 시장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집값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도 민간 주도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도모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개발 기대감에 집값이 과열되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상승 억제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정부는 연일 “우려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오 시장의 규제 완화책에 대한 견제구다. 홍 부총리는 지난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렵게 안정세를 잡아가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안해지는 것은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충분한 주택 공급은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한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불안 요인은 철저히 관리돼야 한다”면서 “특히 재건축 사업 추진에 따른 개발이익이 토지주에 과다하게 귀속될 수 있고 이러한 기대가 재건축 추진 단지와 그 주변 지역의 연쇄적 가격 상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시장 안정을 고려해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오 시장이 재건축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다면 이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된다.
앞서 홍 부총리는 4·7 재보궐 선거 바로 다음날인 8일 “주택 공급은 지방자치단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토부 역시 이런 분위기에 힘을 더했다. 김수상 국토부 주택토지실장도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보궐선거 전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서울의 일부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 상승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며 “향후 시장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과 함께 관계기관의 신중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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