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거래 위축…2·4대책 처럼 재산권 침해 논란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과도한 재산권 감시 지적
전문가 “방향성 맞지만 세부적으로 무리한 부분”
정부 투기 근절을 위해 토지 매매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양도세는 대폭 중과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다. 이같은 과잉 대책이 자칫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사진은 4일 LH 직원 투기 의혹이 제기된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재활용사업장 인근 토지.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정부가 투기 근절을 위해 토지 매매 절차를 까다롭게 하고 양도세는 대폭 중과하는 초강경 대책을 내놨다.
투기 거래로 얻은 부당이익을 최고 5배까지 환수하는 등의 강력한 대책은 땅투기 심리를 상당 부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투기꾼을 잡기 위해 모든 국민에게 ‘양도세 폭탄’을 안겼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선거를 앞두고 악화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쏟아낸 과잉 대책이 자칫 시장 기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부동산 투기 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 중 가장 주목받는 내용은 토지 거래에 대한 중과세다.
정부는 2년 미만 단기보유 토지와 비사업용 토지에 대해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을 내년부터 10∼20%포인트 높이기로 했다. 1년 미만 토지 양도세율은 50%에서 70%로, 2년 미만은 40%에서 60%로 인상한다. 비사업용 토지 양도 시 중과세율도 현재 10%포인트에서 20%포인트로 2배 올린다.
토지를 새로 매입하는 것도 어려워진다. 가계 비주택담보대출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고, 일정 규모(1000㎡ 또는 5억원 이상)의 토지를 살 때는 주택처럼 자금조달계획서를 내야 한다.
시장에선 이번 조치에 따라 토지 거래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부 양도세 폭탄으로 ‘2·4 공급 대책’처럼 재산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토지개발정보회사인 지존의 신태수 대표는 “대책의 방향성은 좋지만, 선거를 앞두고 급조하다보니 세부적으로 무리한 부분이 있다”면서 “토지 단기 양도를 모두 투기라고 단정할 수 없고, 투기 방지 대책을 전 국토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도 과잉 대처”라고 지적했다.
그는 “개발 예정지 반경 20~30㎞ 중심으로 핀셋 규제를 통해 정밀 타격해야 한다”며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책으로 토지 거래 절벽이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부동산거래분석원 출범에도 속도를 낸다. 분석원 출범 전까지 교란행위 감시를 위해 20~30명 규모의 부동산거래분석기획단을 우선 구성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분석원 설치가 실수요자 등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키고 과도한 재산권 감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조직을 만들어 모든 부동산 거래를 다 들여다보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며 “정상적인 거래 또한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투기 조사를 인물 기반에서 토지 중심으로 바꾼 것도 상당한 변화라는 평가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땅을 기반으로 해서 투기자를 확보하다 보면, 차명 거래에 의한 투기자들도 더 예전보다 더 쉽게 포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투기 근절 대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더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토지 중심의 조사의 경우 토지를 갖고 있는 사람의 자금 출처 조사가 필요해 금융 정보 조사까지 병행해야 차명 거래를 포착할 수 있다”면서 “빅데이터 활용으로 조사의 실효성을 높이는 등 세밀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