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닉바잉 이후 ‘집 유지’ 부담 현실화
보궐·대선 덕에 집값 강보합 가능성
다주택자 ‘버티기’, 1주택자 ‘갈아타기’ 유효
[헤럴드경제=양영경 기자] “최근 이슈요? 앞뒤 안 가리고 집을 샀다가 뒤늦게 보유세 폭탄을 맞고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줄을 섰습니다.”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는 지난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집값 상승세가 둔화하며 ‘눈치보기’ 모드에 돌입한 배경에 대해 “부동산 패닉바잉(Panic buying)이 불어닥친 이후 ‘집 유지’ 부담이 현실로 다가온 영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명수 리얼앤택스 대표 |
집값이 급등해 피로감이 높아진 가운데 전년대비 급등한 공시가격이 발표되면서 ‘새로 살 집’보다 ‘가진 집’을 되돌아보게 된 이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스피드뱅크, 미래에셋생명 등을 거치며 부동산 컨설팅 분야에서 20여년간 경험을 쌓은 ‘베테랑 컨설턴트’다.
이 대표는 서울의 집값 상승이 ‘끝물’이라는 전조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대세 하락’보다는 ‘숨 고르기’에 가까울 것이라고 봤다. 그 이유로 당장 다음 달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고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규제가 집중된 아파트 대신 오피스텔, 상가 등을 추천해달라는 고객이 늘고 있습니다. 수요자들이 세금을 더 신경 쓰고 다른 상품을 찾아 나서는 건 통상 아파트값 상승이 끝나는 시점에 나타나는 현상이죠. 하지만, 올해와 내년에 치러지는 굵직한 선거 이후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이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장도 복지부동하며 기다릴 겁니다.”
선거라는 변수 덕분에 서울 주택 시장이 하락해야 할 상황에서도 강보합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대표는 “시장이 심폐소생술(CPR)을 받은 거나 다름없다”고 표현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 대표는 과세 기준일인 올해 6월 1일 전 다주택자의 ‘절세용’ 급매물이 대거 나오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나올 만한 매물은 시장에 다 나왔다고 보면 됩니다. 지금까지 안 내놨다면 그건 ‘버티기’ 매물입니다. 일부 지역에서 매물이 나오더라도, 서울 강남처럼 상징성 있는 지역에서 매물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당장 수요자는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이 대표는 무주택자와 다주택자에겐 신중함이 요구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무주택자가 오를 만큼 오른 지역의 구축을 매입하려고 한다면 지금은 시간을 갖고 좀 더 지켜보는 게 낫습니다. 시장 상황에 상관없이 도전해야 하는 건 청약이고, 이것이 쉽지 않다면 재개발 지역 위주의 매입까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다주택자도 세 부담을 감당할 수 있다면 최대한 버틴 뒤 정책의 변화를 기다리는 게 효과적일 겁니다.”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미룰 이유는 없다고 봤다. “최근 하급지 집값이 상급지를 많이 따라간 상태죠. 재정적인 여력이 충분하고 ‘갈까 말까’ 고민만 하는 상태라면 무조건 가는 게 낫습니다. 상급지로 갈수록 상승기에는 집값 오름폭이 더 크고, 하락기에는 가격 방어가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 대표는 정책의 ‘빈틈’을 노린 투자에 대한 문의도 종종 받는다. 취득세를 계산할 때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취득세 절감분보다 양도세·종부세 금액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안 사는 게 좋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수도권이나 지방 곳곳에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아파트를 여러 채 사고 나서 스스로 포트폴리오를 잘 짰다고 생각하겠지만, 싼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집값 상승기에도 공시가격이 1억원에 못 미쳤다면 말 다했죠. 또 몇 채는 가격이 내려도 몇 채는 올라야 이익이 남는데 이런 주택은 변동성이 크지도 않습니다. 집값 하락기엔 다 함께 손잡고 내려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대표는 최근 주시하는 것 중 하나로 ‘개미’(개인투자자)들의 위험자산 투자 열풍을 꼽았다. 그는 이들이 투자에 열을 올리게 된 데는 다양한 원인이 있지만, ‘집값 폭등’ 역시 한몫했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집을 사야 하는데 저축만으론 역부족이고 대출 규제까지 생겼습니다. 이 때문에 주택 수요자는 벌어질 대로 벌어진 ‘자산 격차’를 메우려고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성공하면 집 산다’ 이거죠. 하지만 리스크도 상당해 손실이 날 가능성도 큽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부동산 시장으로 돌아와 ‘구매력 있는 수요자’가 될 수 있을지도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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