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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담대 받으려고 등기 늦게 쳤다가 갱신청구권 당했다” [부동산360]
주택시장 ‘6개월 딜레마’ 잡음 곳곳
세입자 갱신권청구에 실거주 매수인 속수무책
즉시입주할 수 있는 매물이 아닌, 세입자가 거주중인 집을 살 때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두개가 아니다. 세입자의 퇴거 의사가 확실한지는 물론이고, 만기 6개월 이전에 소유권 이전등기를 칠 수 있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사진=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상황. 세입자가 있는 집을 매수했는데 대출을 받자니 6개월 안에 실입주를 해야한단다. 매매계약서는 세입자 만기일보다 8개월 앞서 썼지만 대출로 마련한 잔금을 매도인에게 못 줘 소유권 이전등기를 함께 하지 못했다. 세입자 만기가 6개월 안쪽으로 남은 시점이 되어서야 등기이전을 했더니, 그 새 세입자가 매도인(기존 집주인)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겠다고 했단다. 대출까지 다 받아놓고 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나도 전세를 구해야 할 판이다.

이른바 주택시장 ‘6개월 딜레마’가 법원까지 가서 판단을 받았다. 1심 법원은 실거주목적으로 집을 매수한 사람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들어오려면 아파트 계약일이 아닌 소유권 이전등기 시점이 전세 만기 시점에서 6개월보다 앞서야 한다고 결론냈다.

최근 수원지법 민사2단독 유현정 판사는 아파트 매수자 A씨가 세입자 C씨를 상대로 낸 건물 인도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유 판사는 “C씨는 A씨가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치기 전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했고, 원 임대인(기존 집주인)인 B씨 측에는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 6조의3 1항 단서 각호의 정당한 거절 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계약은 갱신됐다고 할 것이고, 그 후 해당 주택을 양수한 원고는 실거주를 이유로 이를 거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취득해 행사할 수 있는 것을 알고도 계약만료일에 퇴거하기로 합의해 신뢰를 줬다고 보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A씨는 지난해 8월 B씨가 소유한 경기도 소재 아파트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같은해 11월 잔금을 마저 치르면서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2019년 2월 임대차보증금 3억500만원에 2년간 전세 계약을 맺은 세입자 C씨가 올 2월까지만 살고 이사한다는 말을 믿고, 실거주 목적으로 이 아파트를 사들였다.

그런데 세입자 C씨가 마음을 바꿔 소유권이전 등기 두 달여 전인 지난해 9월 기존 집주인인 B씨 측에 전세 계약 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갈등이 발생했다. A씨 입장에서는 새로 집을 사 놓고도 전세 계약을 유지하겠다는 원 세입자 때문에 이사를 못하는 상황이 됐다.

근본적인 원인은 A씨가 잔금 시점을 너무 늦게 잡았다는 데서 발생했다. 계약 갱신 요구는 임대차 기간 만기 6개월 전∼2개월 전까지 가능한데 C씨의 전세 계약 만료는 이듬해 2월이었다. 9월은 2월에서 6개월 전으로 C씨가 합법적으로 계약갱신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반대로 A씨가 8월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완료했으면 C씨는 집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

현장에서는 이같은 딜레마 상황에 대한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 현직 공인중개사는 “시장엔 세 낀 매물만 잔뜩인데, 누가 대출없이 전액 현금으로 수억원 짜리 집을 살 수 있느냐”며 “실제 거래 현실과 동떨어진 임대차법과 정책은 수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매수인 측 법률대리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하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 그는 “임차인의 주거권 뿐만 아니라 실거주를 이유로 부동산을 매수한 임대인의 주거권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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