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3기 신도시까지는 집값 안정 위해 계획대로 추진
LH 사업방식 등 투명성 강화해 필요 역할 계속해야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민간과 중복되거나 경합하는 주택공급사업은 대폭 줄이고, 민간 참여가 부족한 60㎡이하 소형주택 공급만 참여해 시장을 보완해야 한다” 2015년 기획재정부 주도로 각 정부부처가 참여해 만든 ‘공공기관 기능조정 추진방안’에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게 던진 숙제다.
그리고 공공개발 택지를 이용한 투기가 사회적 문제로 다시 떠오른 2021년, 전문가들의 조언도 비슷하다. 중장기적으로 민간이 중심이 돼야 한다. 국가가 신도시를 지정하고 공공기관이 토지를 사들여 다시 민간에 팔아 완성하는 현행 공공택지사업의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기 시흥시 과림동 인근에 수용방식의 개발사업을 반대하는 의견을 담은 플래카드가 걸려있다. [헤럴드경제DB] |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25일, “주택 신규 공급은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꾸준히 필요한 일”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민간이 주도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돕는 것으로 역할을 한정해야 한다”고 현행 신도시 개발 과정의 대수술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도 “정부와 공공기관이 독자적으로 비밀리에 공공택지구역을 정하고 수용하는 것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방식”이라며 제도 변화를 촉구했다.
‘살기위한 주택’에서 ‘더 좋은 주택’을 추구하는 달라진 주택관도 공공택지사업에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김병기 리얼하우스 분양평가 팀장은 “공공택지사업은 과거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 분당이나 목동처럼 일단 짓고 봐야하는 시절에 적합했던 사업방식”이라며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 지금은 높아진 소득수준에 따라 좋은 새 주택을 추구하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며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맞는 변화를 촉구했다.
특히 집값 상승의 진앙지인 서울에서는 변화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김 팀장은 “서울은 마곡이나 위례가 사실상 마지막 공공택지지구 사업”이라며 “이미 주택이 들어찬 서울은 정부가 손을 댈 곳이 없는 만큼, 용적률 완화 등을 통해 민간의 사업을 유도, 촉진하는게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공공’이 가지는 구조적 한계도 변화가 필요한 이유다. 심 교수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주도적으로 하다보니 비밀이 생겨나고 공공부폐로 이어진다”며 투명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미 발표한 3기 신도시 등 기존 공공택지개발 사업은 차질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또 LH 같은 공공 개발의 주체를 해체하는 것도 ‘득 보다는 실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일대 건물 외벽에 공공주택지구사업 계획에 반발하는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가 설치한 공공주택 토지 강제수용 결사반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
고준석 교수는 “(LH사태는) 사업방식이 아닌 일부의 일탈이 문제가 된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바로 방법을 바꾸기보다 계획은 계획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LH사태를 이유로 주택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예상되는 기존 주택가격 급등 등의 부작용을 우려한 것이다.
김병기 팀장도 “3기 신도시를 취소한다면 LH에 대한 처벌은 강화할 수 있겠지만, 서울 집값에는 상승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장기 대책과 단기 처방의 분리 접근을 주문했다.
심교언 교수는 “주택용지 개발 말고도 공단개발 등 할 일이 많은 LH를 감정만으로 문 닫게 하는 것은 나중에 수십조에 달하는 더 큰 피해와 부작용을 만들 수 있다”며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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