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범의 디펜스타임즈 제공] |
10년 전만 해도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은 말도 많고 논란도 많았다. 당시 엄청난 예산 규모와 기술 리스크, 생산 규모에 따른 경제성 부족 등 논란으로 쉽게 사업에 착수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형 전투기 사업이 꼭 필요하다"는 당위성이 앞선 논란보다 명분을 얻었다. 현재는 사업에 착수하고 만 10년이 흐른 상황이다.
1990년대 KF-16 전투기 도입 사업의 절충 교역으로 얻어낸 기술을 소화하면서 기술 수준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2002년부터 본격화된 T-50/TA-50/FA-50 경전투기 등 공동개발사업을 통해서 실질적인 항공기 개발 경험과 능력도 축적했다. 각종 항공 전자 장비부터 AESA 레이더에 이르기까지 부품/장비 국산화 계획을 추진하면서 KF-X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했단 평가다.
2011년 당시에는 500억 원대 가격의 4.5세대 전투기를 만드는 구상을 했다. KF-X는 스텔스 형상으로 설계하지만, 개발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실제 스텔스 성능은 진화적인 개발 단계 개념으로 블록 단위 개량형에 적용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스텔스, 내부 무장, 초음속 순항 등은 적용 가능성만 반영하고 초기형에는 적용하지 않고, 블록 단계로 성능을 발전 시켜 적용한 후 마지막에 초음속 순항을 갖추는 과정을 설정했다.
한편 10년 전에는 인도네시아 이외의 공동개발국을 찾기 위하여 다양한 접촉을 시도했다. 당시 터키가 유력한 후보였으나 터키는 20% 지분에 만족하지 않고 한국과 동등한 지분을 요구하여 KTF-X를 만들자고 역제안했다. 결국 우리 측이 이를 수용하는 데 난색을 표했고 협상은 교착되면서 협업은 무산됐다.
터키 이외의 공동개발국으로 고려했던 국가는 UAE와 스웨덴이었다. 하지만 UAE는 항공산업 기반이 전혀 없었고, 스웨덴은 예산난으로 20%의 예산을 부담하기 어려워했다.
▶ 2011년 여름 KAI의 KF-X 기본안 그래픽
당시 KF-X 기본 설계 그래픽은 KAI가 KF-X 301로 알려진 KF-X 탐색 개발 제안서에 제출한 것으로, KAI는 탐색 개발 업체 계약 및 2011년 8월 초 공동개발 설계실 개소에 맞추어 공표했다.
KAI는 KF-X 탐색 개발 업체로 계약하면서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념연구 단계부터 구상한 쌍발형 전투기로 최종 방향을 설정했다.
당시에도 첫인상은 쌍발형 F-35 아니면 F-22 랩터의 축소형(베이비 랩터)이었으나 공기 흡입구와 공기 흡입관이 각기 다르고 경사 수직미익, 주익과 미익의 같은 높이, 스텔스형 캐노피, 복합재의 일체 성형 동체 외피로 그려졌다.
한편 KAI는 2009년 F-15SE 사일런트 이글 전투기의 내부 무장창이라고 할 수 있는 CWB 개발 및 제작에 지분을 투자했다고 하며, 엔진의 경우 당시 그래픽에서 미국 GE사의 F404일 것을 크기로 추정할 수 있었으나, 블록 단위 개량을 고려하여 2015년 F414로 결정했다.
2011년 당시에는 KF-X 초기형에 국산 AESA 레이더 장착이 어렵고, 블록-2 개량형에서 국산 AESA 레이더를 장착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드웨어 개발은 쉽게 가능해도 소프트웨어 개발은 어려움이 많을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10년 전 KF-X는 지금과는 다른 그래픽으로만 존재하며 고민과 걱정이 지배하던 시절을 뒤로하고 앞으로 약 3~4주 이후에는 짙은 회색의 실체로 다가올 것이다.
4월 초중순께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4.5세대 전투기 개발국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다.
안승범 디펜스타임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