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상태로 출생신고…“초등 취학 전까지만”
“아이가 알면 상처된다” vs. “몇 억원 세금이라 고민돼”
부동산 정책 따른 천태만상…“돈 때문에…씁쓸한 광경”
양도세가 강화되면서 다주택자 신혼부부가 혼인신고를 미루고 미혼모 아이로 출생신고를 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몇억원에 달하는 양도세를 절세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설명한다. 사진은 서울의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일시적 2가구라 혼인신고하고 5년 이내에 팔아야 비과세가 되는데, 아직까지 제 아파트는 재건축 일정이 잡히지 않아 5년보다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아이가 곧 태어나지만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는 아내가 미혼모인 상태로 출생신고를 해둘 생각입니다.”(혼인신고 전인 신혼부부 A씨)
부동산 세제와 청약 등의 이유로 혼인신고를 미루는 신혼부부가 많다는 사실은 어느정도 알려져 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태어날 아이를 혼외자로 만드는 일도 불사하겠다는 사례까지 관측되고 있다.
최근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결혼으로 인한 합가 시의 절세방법을 문의하는 일이 잦다. 1가구 2주택이나 3주택인 경우, 주택이 아닌 입주권·분양권인 경우 등 여러 개인 사례 마다 고민이 드러나고 있다.
A씨 부부는 혼인신고 전 인데 아내도 1주택자이고, A씨는 재건축을 목적으로 구축 아파트를 매수했다.
A씨는 아이가 생겼지만 혼인신고를 더 미룰 생각이 있다고 언급했다. 나중에 인지신고를 하면 가족관계를 정상적으로 돌려놓을 수 있고, 수억 원에 달하는 양도세도 절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나중에 아이가 자신이 혼외자였다는 사실을 알면 상처를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혼외자는 엄마 성을 따르는데, 인지신고 후에는 아빠 성으로 바뀌는 등의 혼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많게는 수 억원에 달하는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아 이러한 고육지책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각각 주택 한 채씩 갖고 있는 사람들이 결혼을 해서 두 채가 되면 예외적으로 먼저 매도하는 주택에 대해서 양도세를 비과세한다.
백종원 NH농협은행 수석세무전문위원은 “다주택자는 원래는 비과세가 안 되는 것이 맞는데 결혼으로 인한 합가 때문에 두 채가 된 것이므로 5년 안에 판다면 비과세를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시적 2주택 뿐만 아니라 일시적 3주택도 경우에 따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아직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신혼부부인 B씨는 최근 갭투자(전세끼고 매수)를 해서 부부 합산 3주택자가 됐다.
잔금일과 출산예정일이 비슷한 시기로 겹친 B씨는 “3주택자가 주택을 팔 경우 혼인신고 전후에 따라 양도세 비과세 여부가 달리 적용되는 줄 알았다”며 “(양도세 절감을 위해) 혼외자로 신고해야 하나 고민하다 세무상담을 받았는데 두 경우 모두 비과세가 가능하다더라”고 전했다.
오는 6월 1일부터는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또 한번 상향 조정된다. 현재 다주택자 양도세율은 최고세율이 45%지만 6월부터는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주택을 팔 때 양도세 중과세율이 10∼20%포인트에서 20∼30%포인트로 조정돼 최고 75% 세율이 적용된다.
신혼부부 특별공급에 지원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미루는 경우도 많다. 혼인신고일 이후 주택을 소유한 적이 한번이라도 있으면 입주자모집공고일 당시에 무주택자라도 특별공급 자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신혼부부인 C씨는 “서울에 전세를 끼고 사둔 집이 있는데 아직 보유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며 “지금 팔면 양도세가 너무 많이 나와 못 팔고 있는데, 그 사이에 애가 생기지 않도록 조심하려 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혼인신고를 미뤄 자식의 혼외자 상태도 불사하겠다는 젊은 부부뿐만 아니라 종부세 부담에 위장이혼을 고려하는 고령의 자산가들도 문의가 많이 온다”며 “몇 억원에 달하는 세금이라 가족관계 와해까지도 고려하게 만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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