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투기의혹 나오면 3기 신도시 추진 차질 전망
조사·처벌 미봉책 그쳐도 정부 신뢰도 하락 예상
전문가 “주택 공급 추진하려면 대대적 처벌 어려워”
정부, 제도적인 방지책 조속히 마련할 방침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공공 주도의 공급에 나선 정부의 대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사진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일대 모습. [연합] |
[헤럴드경제=민상식·양영경 기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대대적인 공공 주도의 공급에 나선 정부의 대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으로 동력을 상실할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광명·시흥지구에 이어 3기 신도시 전체를 대상으로 공무원들의 투기 현황을 조사하기로 하면서 추가 투기 의혹이 나오면 3기 신도시 추진 및 도심 고밀 개발 등 주택공급 대책의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려면 대대적인 처벌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조사와 처벌이 미봉책에 그칠 경우에는 여론이 악화돼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4일에는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투기 의혹과 관련, 정부합동조사단이 이날 출범해 3기 신도시 6곳 전체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작한다.
조사 대상에는 LH 직원뿐만 아니라 국토부 등 공무원과 경기주택도시공사 등 다른 공기업 임직원과 그 가족도 포함된다.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기초조사는 내주 초까지는 완료할 방침이다. 이는 누가 어디에 얼마나 토지가 있는지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단계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차명으로 매입한 부동산의 경우 조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조사 기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전수조사 기간이 길어지면 당장 4월 예정된 수도권 11만가구의 2차 신규택지 발표와 7월로 예정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일정이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전수조사 과정에서 공직자 투기 등 추가 문제가 불거질 경우에는 3기 신도시 및 2·4 대책의 주택 공급 추진일정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는 투기 논란과 상관없이 2·4 대책과 3기 신도시 추진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정책 신뢰도 하락으로 일정 지연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투기 의혹에 대한 신속한 실체 규명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해서 사실로 밝혀져 투기로 번 돈을 제대로 환수하지 못할 경우에도 여론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추진하기 위해 대대적인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공급 대책의 근간은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건데 공공을 뒤집어엎으면 업무가 마비되는 등 사실상 주택 공급이 힘들어지는 문제가 생긴다”면서 “명백한 근거 없이는 처벌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공무원 윤리 규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개발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부터 거래를 묶고 정보는 투명하게 공개하는 절차를 진행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조주현 건국대 부동산학과 명예교수는 “정부가 밀실에서 서둘러서 공급대책을 마련하면서 발생한 부작용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좀 더 심도있게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신규택지를 검토하는 기간에도 토지거래 허가제를 시행하는 등 관련 제도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투기 의혹 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제도적인 방지대책을 조속히 마련할 방침이다. 신규 택지 개발과 관련된 국토부와 공사, 지방공기업 직원은 원칙적으로 거주 목적이 아닌 토지 거래를 금지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는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리적인 검토를 거쳐서 구체적인 제도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라며 “의혹이 생기면 상시적으로 조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m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