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배치-2' 개발되면 수직발사관 10개
'배치-1'은 납축전지, '배치-2'는 리튬전지
안무 장군의 증손자인 강용구(67)씨가 진수식이 끝난 뒤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수한 기자] |
10일 오후 3시 경남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특수선사업부 부두에서 진수식이 열리고 있다.[사진=김수한 기자]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10일 오후 3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특수선사업부 부두에서 서욱 국방부 장관 내외와 부석종 해군참모총장 내외, 최호천 방위사업청 미래전력사업본부장,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안무 장군의 후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안무함의 진수식이 열렸다.
이로써 장보고-III급'으로 불리는 3000t급 잠수함(KSS-III) 2번함이 봉오동·청산리전투 승전의 주역 안무 장군의 이름으로 바다에 띄워졌다. 1200t급 9척, 1800t급 9척을 보유하고 있는 해군은 이번 진수식을 계기로 3000t급 잠수함 2척을 추가 확보하게 됐다. 해군은 향후 3000t급 잠수함 7척을 추가해 기존 1200t급 잠수함을 순차적으로 대체, 20여척의 잠수함을 보유한다는 계획이다.
서욱 장관의 부인인 손소진 여사가 해군 관습에 따라 진수줄을 절단했고, 이어 서 장관 내외가 배의 안전을 기원하는 의미로 '샴페인 브레이킹' 의식을 했다.
손 여사가 새롭게 건조된 안무함의 탯줄을 끊어 안무함의 산파 역할을 하는 의미라고 군 관계자는 설명했다. '여성'이 진수줄을 절단하는 것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 대모(代母)를 지정하던 종교의식의 연장으로도 풀이된다.
'샴페인 브레이킹'은 샴페인 병을 깨뜨려 잠수함을 처음으로 적신다는 의미다. 실제 진수는 금명간에 이뤄지게 되고, 약 2년여의 시험운용 기간을 거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서욱 장관 부인, 진수줄 절단…안무함의 '산파' 역할=현대의 선박 및 잠수함 진수식은 19세기 초 빅토리아 여왕 시절의 영국에서 유래됐다.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영국과 유사하게 진수자가 진수 도끼로 테이프를 절단하고, 샴페인 병을 선체에 부딪쳐 깨뜨리는 순서로 진행한다.
이날 진수식에는 안무 장군의 증손자인 강용구(67)씨도 자리를 함께했다. 강씨는 안무 장군 친손녀인 안경원(90) 여사의 아들이다. 안 여사는 "어린 시절 외할아버지가 비밀리에 친할아버지인 안무 장군이 독립투사라는 사실을 말해주어 알고 있었다"며 "힘든 가정 형편이었지만 늘 할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다"는 메시지를 해군을 통해 전했다.
군 당국은 안무 장군이 비록 잘 알려지지는 않았으나, 독립운동을 통해 큰 공을 세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차기잠수함 2번함 함명으로 확정해 그를 더욱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군 관계자는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에서 공을 세운 안무 장군이 유명한 인물은 아니지만, 분명히 큰 공을 세운 분"이라며 "이렇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영웅의 이름을 함명으로 정함으로써 이름 없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뜻을 더욱 깊이 가슴에 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무 장군은 대한제국 진위대(지방군) 출신으로 일제의 군대 해산에 항거해 독립운동에 투신했다. 1918년 국민회군 사령관으로 독립군 400여명과 국내 진입작전에 나섰고, 1920년 봉오동전투와 청산리전투에 참전해 공을 세웠다. 1924년 일본 경찰의 습격으로 총상을 입고 체포돼 그 해 순국했다. 정부는 1980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했다.
안무함은 2018년 9월 진수한 도산안창호함에 이은 3000t급 2번째 잠수함이다. 독일업체와의 기술 협력으로 건조된 기존 1200t급(장보고-I급)과 1800t급(장보고-II급) 잠수함과는 달리 국내 최초로 독자 설계 및 건조된 잠수함이다. 2년 전 도산안창호함 건조를 완료해 우리나라는 세계 15번째 잠수함 설계 능력을 갖춘 국가가 됐다.
3000t급 잠수함은 길이 83.3m, 폭 9.6m로 1800t급 대비 2배 정도 크다. 최대속력은 최대속력은 20kts(37km/h)이며, 탑승 인원은 50여명이다.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은 1800t급과 마찬가지로 디젤 발전기와 납축전지, 공기불요추진체계(AIP) 등의 추진방식을 채택했고, 2번함과 3번함에도 같은 방식이 적용된다. 디젤 발전기와 납축전지로 전기를 얻어 가동되며, 유사시 디젤 발전기와 납축전지 없이 AIP만 가동해 최소한의 전지를 얻어 추진할 수 있다. 연속 잠항능력은 약 20여일로 1800t급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으로 전해졌다.
▶3000t급 잠수함 1~3번함은 납축전지, 4~6번함부터는 리튬전지 적용=AIP는 물을 전기분해하면 산소와 수소로 분리되는 원리를 역이용한 것으로, 산수와 수소의 화학반응을 일으키면 전기가 생산되는 특성을 활용한 장비다. 잠수함의 두뇌와 눈이라 할 수 있는 ‘전투체계’와 ‘소나체계’ 성능도 1번함에 비해 개선돼 생존성과 작전능력이 향상됐다.
군은 1번함인 도산안창호함과 같은 ‘배치(Batch)-1’ 잠수함 3척을 2023년까지 해군에 인도하고, ‘배치-2’ 3척, ‘배치-3’ 3척을 추가로 건조할 계획이다.
도산안창호함과 안무함 및 건조 중인 3번함 등 ‘배치-1’ 잠수함에는 미사일을 '콜드런치' 방식으로 발사할 수 있는 수직발사관 6개와 사거리 500㎞ 이상인 현무 계열의 탄도미사일, 함대지 순항미사일, 어뢰, 기뢰 등이 탑재될 예정이다.
3000t급 잠수함을 군에서 '전략무기'로 부르는 이유가 바로 수직발사관 때문이다. 이 수직발사관을 통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게 되면 이론상 세계 어느 나라든 핵심 거점 도시를 파괴할 수 있다. 이는 기존의 1200t급 및 1800t급 잠수함과 가장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특히 콜드런치는 발사관에서 고압·고열의 가스로 잠수함 밖으로 튕겨낸 미사일이 2차적으로 점화해 날아가도록 하는 방식이다. 미사일이 발사관 내에서 점화된 후에 발사되는 '핫 런치' 방식보다 잠수함 손상을 줄일 수 있고 적에 노출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3000t급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한 역시 같은 방식의 SLBM 콜드런치 기술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은 공식적으로는 3000t급 잠수함의 수직발사관 장착 여부나 직경·길이는 물론, SLBM 개발 여부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
진수식에 참석한 서욱 장관 내외가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김수한 기자] |
▶해외 기술 제휴로 건조 시작한 잠수함, 이젠 설계까지 국산화=2025년 이후 전력화 예정인 ‘배치-2’ 3척에는 납축전지 대신 리튬전지가 적용돼 수중작전 지속능력과 고속기동 지속시간을 크게 향상시키고, 수직발사관은 10개가 설치될 예정이다. 그 다음에 건조될 ‘배치-3’ 3척에는 원자력 추진 기술이 적용 여부가 주목된다.
'배치'(Batch)는 같은 종류로 건조되는 함정들의 묶음을 가리킨다. 배치-I에서 II, III으로 갈수록 함정 성능이 개선된다.
역대 잠수함 국산화율은 1200t급 33%, 1800t급 36%에 불과했으나, 3000t급은 76%로 크게 높아졌다. ‘배치-2’의 국산화율은 80%로 더 높아질 예정이다.
209급(1200t급)과 214급(1800t급)을 넘어서는 차세대 3000t급 잠수함 개발사업은 그동안 '장보고-III' 프로젝트로 불려왔다.
209급 1번함은 독일 하데베(HDW)사가 만들었고 2~9번은 기술제휴를 받은 대우조선해양이 만들었다. 214급 9척 역시 독일업체와의 기술 제휴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번갈아 만들었다. 그러나 3000t급 잠수함은 209급과 214급 건조 노하우를 쌓은 국내 기술진이 자체 설계해 건조한 최초의 잠수함이다.
잠수함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장비인 전투체계와 소나(음파탐지기)체계 등도 다수 국산화됐다.
군 관계자는 "해외에서 수입한 무기는 조금만 고장이 나도 우리는 전혀 손 댈 수가 없고, 많은 시간과 비싼 돈을 들여 해외 기술자를 불러와야 한다"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대다수를 국산화한 현재 비용이나 시간 면에서 합리적으로 보수 및 정비가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은 1800t급(로미오급) 잠수함 20여척, 325t급(상어급) 잠수함 40여척, 130t급(연어급) 잠수정 10여척 등 총 70여척의 잠수함 또는 잠수정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능 면에서는 우리 해군 잠수함에 비해 훨씬 낮은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soo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