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옥션 강남센터 VR전시장 캡쳐.[서울옥션 제공] |
“작품가격이 비싸다고 해도, 컬렉터들에겐 (온라인 구매 말고는)다른 옵션이 없지 않나”
클레어 맥앤드류 아츠 이코노믹스 설립자는 최근 UBS와 아트바젤이 주최한 온라인 토크에 참석해 코로나19가 덮친 올해 상반기 미술시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토크는 멜라니 겔리스 파이낸셜타임즈 아트마켓 칼럼니스트가 좌장을 맡아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아메리카 디렉터가 참여해 약 한시간 동안 진행됐다. 연사들은 모두 자신의 집무실이나 사무실에서 화상으로 연결됐다. 클레어 맥앤드류는 “온라인 시장이 굉장히 활발하다”며 “소비자가 시장에서 가격을 쉽게 비교할 수 있는 ‘가격투명성’이 높아 새로운 콜렉터들이 쉽게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로 갑작스럽게 시작된 언택트(untact·비대면)의 시대, 미술시장은 온라인에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유명 갤러리들은 이미 온라인 갤러리로 빠르게 전환했고,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한 글로벌 아트페어들도 온라인 버전을 띄웠다. 비싼 작품은 잘 거래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 ‘프리즈 뉴욕’에 참가한 유명갤러리 하우저앤워스는 개막 당일에만 500만달러(약 61억원)넘는 매출을 올렸다.
경매시장에서도 온라인 거래가 활황이다. 소더비 홍콩은 4월부터 5월까지 총 15번의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 분야도 현대미술, 시계, 주얼리 등 다양했다. 경매를 통해 129만달러(15억 8700만원)어치가 낙찰됐으며, 이는 2018년 10월 홍콩사무소 런칭 경매보다 670% 증가한 수치다.
글로벌 양대 경매사인 크리스티도 온라인 친화적 이벤트를 시작했다. 크리스티는 오는 7월 10일 홍콩, 파리, 런던, 뉴욕을 잇는 ‘ONE 글로벌 20세기 미술 경매’를 진행한다. 홍콩에서 오후 8시(현지시간)시작하는 경매는 차례로 다음 도시로 이어지며, 크리스티 홈페이지를 통해 실시간 송출된다. 비딩은 전화, 서면, 현장에서 직접 가능하다. 크리스티측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는 시도의 한 방향으로 각 지역 현지 고객 및 전 세계 온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보다 포괄적인 판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서울옥션이 지난 17일 글로벌 미술 정보 플랫폼인 아트시(Artsy)와 손잡고 경매를 진행한 바 있다. 출품작은 서울옥션 강남센터와 홍콩 전시장 SA+에서 전시하고, 전시장을 방문하지 않더라도 VR서비스를 통해 작품정보를 제공했다. 낙찰률은 70% 수준으로, 평균 이상을 기록했지만 고가 작품보다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작품이 인기가 좋았다. 서울옥션측은 “억대 작품은 온라인에서 구매가 쉽지 않아 보인다. 해외 고객들의 경우 운송비도 고려 대상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신규고객이 대거 유입된 것은 긍정적으로 봤다. “젊은 층 그리고 국적도 다양한 고객들이 새로 들어왔다. 1000만~2000만원대 작품을 주로 매입했다” 기술환경이 익숙한 신흥 컬렉터층이 온라인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온라인·모바일 플랫폼은 꾸준히 성장해 왔다. 아트바젤과 UBS가 발간한 ‘아트 마켓 2020’에 따르면, 2019년 온라인 미술시장 규모는 59억달러(7조 2600억원)으로, 전체 미술시장 거래규모의 9%를 차지한다. 2013년 31억달러 대비 약 2배 가까이 커졌다.
올해 이 시장이 급성장 할 것이란 건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다만 그 속도와 규모가 예상치를 제시하기 어려울 뿐이다. 폴 도나반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치프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구조적 변화가 엄청난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남은 건 코로나19 이후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시장은 이전 오프라인 위주 시장과 같을 수는 없다. 노아 호로위츠 아트바젤 어메리카 디렉터는 “작품에 대한 리서치, 결제, 배송은 모두 디지털화 되겠지만 오프라인만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은 디지털화 하기가 한계가 있다”고 봤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대체제나 보조제가 아니라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