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예정 광주비엔날레 내년 2월로 연기
부산·서울 등 예정대로…‘연기 vs 강행’ 고심
화상회의·작품설치 등 원격 커뮤니케이션
직접 체험-디지털 경험 거리좁히기 과제
화상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나타샤 진발라와 데프네 아야스 제 13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헤럴드경제DB] |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비엔날레들이 고민에 빠졌다. 연기를 하든 강행을 하든 전시 준비와 실행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화상 회의, 원격 설치 등 현대미술전시방식도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다. 사진은 2021년 광주비엔날레 포스터. [광주비엔날레재단 제공] |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국내는 물론 전세계를 강타하자 국내 비엔날레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최대 비엔날레인 광주비엔날레는 최근 올 9월 예정이던 행사를 내년 2월로 연기했다. 부산, 서울, 제주 등 다른 지역 비엔날레들은 아직 일정에 변동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사태 등 지역감염 위험이 커짐에 따라 연기, 강행, 취소 등 다양한 선택지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연기를 결정했든 혹은 제 날짜에 강행이든 비엔날레가 처한 상황은 같다. 국제비엔날레이기에 해외작가가 다수 참여하기도 하고, 외국인 큐레이터가 예술감독을 맡은 경우가 많아 행사를 준비하는데 물리적 제약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서다. 위원회나 예술감독, 작가 모두 화상회의 등 원격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전과는 다른 방식이다.
김성연 부산비엔날레 총감독 겸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코로나19 때문에 비엔날레는 또 현대미술의 전시 방식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고 말했다.
6개월가량 전시를 순연한 광주비엔날레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준비 상황을 공유했다. 이번 비엔날레 공동 예술감독을 맡은 나타샤 진발라와 데프네 아야스는 각각 스리랑카 콜롬보와 독일 베를린에서 화상으로 기자간담회에 참여했다.
나타샤 진발라 예술감독은 “코로나19로 촉발된 판데믹은 한 국가에 국한된 사태가 아니라 전지구적인 어려움”이라며 “이로 인해 우리 안의 어려움을 들여다보고 이 세계를 감싸 안고 포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예술적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비엔날레가 다루는 집단지성과 공동체에 대한 내용이 지금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가치”라고 덧붙였다.
또한 전지구적으로 물리적 교류가 제한된 상황을 놓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도 모색중이다. 웹사이트를 통해 전시를 위한 리서치 과정과 비엔날레 내용을 공유하고, 온라인 국영문 저널 ‘떠오르는 마음’도 발간할 예정이다. 저널은 격월로 발행하며 예술 및 문학, 과학, 이론 등을 다룬다. 광주비엔날레측은 “전시와 퍼블릭 플랫폼, 온라인 플랫폼, 출판물 등 온오프라인 동시에 이뤄지는 미술제로 치러질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비엔날레는 지난 3월까지 예술감독이 한국에 있었던 만큼 예정대로 개막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을 기반으로 한 리서치는 해외 작가들의 요청을 받아 미술관 학예사들이 현장을 방문하고 이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필요한 경우엔 현장에서 스카이프 등 영상통화도 이어진다. 국제적으로 물류이동이 제한됨에 따라 해외에 있는 작품은 배송을 서두르고, 설치도 작가들이 직접 하는 대신 원격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서울미디어비엔날레도 9월 개막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관계자는 “미디어시티비엔날레는 영상이나 설치가 많기 때문에 작가와 화상으로 이야기하면서 원격 설치 및 조정하는 방향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융마 예술감독은 작가들이 직접 한국에 오기 어려운 만큼 비엔날레 연기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플랫폼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다만 온라인 뷰잉 구현을 어느 수준까지 할지는 또 다른 이슈다.
앞서 호주 시드니비엔날레는 행사 도중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구글 아트프로젝트와 손잡고 온라인 비엔날레로 전환했으나, 전시된 작품을 고화질 카메라로 찍어 이 이미지를 온라인상에 공개하는 수준이다. 직접 시각예술을 만났을 때 받는 경험과 디지털이 제공하는 경험의 차이가 상당하기에 이를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는 건 판데믹시대 미술전시가 당면한 문제다.
김성연 관장은 “한국의 의료체계가 판데믹 시대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듯 비엔날레도 이같은 도전에 직면했다”며 “많은 학자들이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판데믹이 찾아 올 수 있다고 예견하는 만큼 포스트 코로나시대 새로운 전시 기준과 프로세스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