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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의 콘텐츠 저장소] 옴니버스 형식으로 모은 전통춤...단아함·세련된 감각 입힌 ‘향연’

국립무용단의 ‘향연(饗宴·사진)’은 2015년 초연 이후 ‘한국 춤 신드롬’을 일으킨 공연이다. 수차례의 재공연에서 연속 매진 행렬을 이뤄낸 ‘향연’이 최근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상영됐다.

‘향연’은 대중적 측면에서 우리 전통춤 문화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킨 것으로 호평을 받고 있으나, 제작 당시 ‘화이트리스트 및 블랙리스트’의 문제 속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아왔다. 때문에 작품성을 떠나 ‘향연’을 바라보는 입장은 호불호가 갈린다.

이 작품은 한국 남성무용의 대가 조흥동이 안무하고, 김영숙 양성옥이 협력안무로 참여했다. 디자이너이자 문화예술방면에서 창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정구호가 의상부터 무대 전반의 총연출을 맡았다. 작품은 사계절을 테마로, 총 4막에 12개의 한국 전통춤을 한데 모아 옴니버스 형식으로 선보인다.

1막은 ‘봄’을 테마로 궁중무용인(일무, 궁중정재 가인전목단) 제의, 진연, 무의가 공연됐고, 2막은 ‘여름’을 테마로 종교무용인 바라춤, 승무, 살풀이춤, 진쇠춤이 무대에 올랐다. 3막 ‘가을’에서는 민속무용인 선비춤, 장구춤, 소고춤이, 그리고 4막 ‘겨울’에서는 신태평무를 만날 수 있었다.

춤에 있어 사계절의 이미지는 각 막에서 절제된 동작과 중재된 감정 표현과 함께 전통춤의 고귀함을 묵직하고 장엄하게 승화시켰다. 사계절의 테마는 한국 전통춤이 지닌 사상과 사계라는 자연의 섭리가 맞닿아 있는 생명의 순환을 중점으로 구성돼 있었다.

1막에선 두 발을 모으고 서서 정서적으로 정제된 동작 표현을 보여주며 권위와 긴장감, 조심스러움으로 예를 표현했다. 이어진 2막은 좀 더 자유로운 형태의 승무, 살풀이, 진쇠춤은 내면의 슬픔과 영적 몰입감을 선사하며 이완된 흐름으로 긴장감을 해소시켰다. 그런가 하면 3막 장구춤, 소고춤에서는 풍류를 보여주며 절제미 속에서도 신명을 잃지 않고 한국 전통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마지막 4막 신태평무는 빠른 투스텝과 잔발걸음 등 무용수들의 보법으로 역동성 있는 무대였다. 무대를 무게감 있게 누르고 내려오는 커다란 매듭모양 세트가 춤과 조화를 이루며 풍성한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비움의 미학. 본연의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화려함을 제거하고, 비우고 또 비워내야 하는 법. 의상을 비롯해 공연에서 보여준 무대 전반의 모던하면서도 미니멀한 색감은 춤에 앞서 공연 내내 눈길을 사로잡은 강력한 관전 포인트였다. 전통 춤사위의 원형을 지키면서도 의복의 색감을 과감하게 단순화하고, 무대 구도 또한 간결하고 정교하게 사용했다. 오방색의 화려함 대신 절제된 단아함과 세련미에 집중하면서 한국 전통춤을 향유하는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공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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