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숙 작가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휘자는 사람을 다루는 일이에요. 굉장히 권위적이다 싶은 모습이 있으면서도 예의가 바른 인격적인 모습을 갖춰야 하죠.”

지휘자의 역할을 꼽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뛰어난 음악성은 기본. 다양한 연령과 성별, 각양각색의 악기를 다루는 단원들이 존재하는 만큼 이들을 통솔하는 강력한 리더쉽도 갖춰야 한다고 여자경 지휘자는 강조한다.

포디엄에 선 여 지휘자는 온화한 카리스마의 대명사다. 2014년까지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전임 지휘자를 맡은 이후 현재는 국내외 유수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쉬는 날도 없이 빼곡히 연주 일정을 채울 만큼 꾸준히 선택받는 지휘자다. 그만큼 오케스트라가 함께 하고 싶어하는 지휘자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여 지휘자는 자주 호흡을 맞추든, 처음 호흡을 맞추든 짧은 시간 내에 단원들을 파악하고 장악한다.

사실 지휘자는 오케스트라의 ‘시작과 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휘자가 누구냐에 따라 오케스트라의 색깔과 연주는 하늘과 땅을 오간다. “똑같은 재료를 주고 요리를 해도 모두가 다른 맛이 나오잖아요. 쉽게 말하면 지휘자는 셰프와도 같아요.” 중요한 것은 지휘자로서의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는 것이다. 여 지휘자는 리허설에서의 태도 역시 강조했다.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는 음표로 만난 사이예요. 리허설을 할 때에는 온전히 음악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주를 위한 시간에는 연주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 쪽이죠. 우리나라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굉장히 지쳐있어요. 2시간 30분으로 끝낼 수 있는 것을 다른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길어지면 힘들잖아요. 직장에서도 다른 이야기로 회의가 길어지면 싫어하지 않나요.(웃음)”

그는 “리허설은 시간을 채우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첫 리허설과 두 번째 리허설, 연주 때의 할 일이 각각 정해져있다”고 말했다.

모든 소리가 조화를 이루도록 단원들을 매만지는 역량은 기본이다. 리허설을 할 때에는 음의 밸런스를 맞추고, 소리를 정리하고, 음악적 색깔을 입힌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가는 길이 명확해야 한다”고 여 지휘자는 말한다. “특히 추상적인 이야기를 하면 서로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요. ‘아름답게 해주세요’라는 말 대신 활 위치를 바꿔라, 비브라토를 적게 하라는 실질적인 이야기를 하는게 지휘자의 역할이에요.”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관계’다. 그는 “지휘자는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연결하고, 움직이는 일”이라며 “서로를 존중하면서 음악으로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휘자로의 삶은 그의 어깨에도 책임감을 얹는다. “지휘자는 앞에 서 있으니 연주자보다 눈에 띄잖아요. 그래서 항상 바르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인간애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인간애라고 하니 너무 도덕책 같죠?(웃음)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예의있게 대하는 것이 지휘자가 가져야 할 가치와 덕목이 아닐까 생각해요. 지휘자로는 물론이고, 친구 사이나 자식과의 관계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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