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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새 화두...공연의 영상화 그리고 유료화
국공립공연장 중심 ‘진일보’…양질 콘텐츠 확보가 관건
마포문화재단에서 생중계된 '올 댓 리듬'

공연은 ‘직관’으로만 가능하다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코로나19와 맞물려 활기를 띤 ‘랜선 공연’이 공연계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공연계에선 영상화 작업으로 새로운 돌파구로 만들려는 논의도 활발하다.

지난 3월부터 꾸준히 이어온 국공립공연장의 온라인 상영회는 지금까지 의미있는 기록을 써내고 있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은 3월 20일부터 2주간 총 21회에 걸쳐 진행한 ‘온라인 상영회’에서 조회수 73만7621회를 기록했다. 이는 각 상영회마다 약 3000명 이상의 시청자가 관람, 2000석 규모의 오페라극장과 2500석 규모의 콘서트홀을 매진시킨 기록이다.

현재는 영상으로 제작한 공연들을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하지만, 업계에선 온라인 상영회의 미래를 ‘유료화’에서 찾기도 한다. “온라인 공연이 활성화되면 다양한 PPL과 네이밍 스폰서도 수익모델이 될 수 있다“(손유주 마포문화재단 팀장)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막 첫발을 뗀 국내 공연계의 영상화 사업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문가들은 유료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무엇보다 ‘콘텐츠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영상으로 만든 콘텐츠가 유료화가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질이 높아져야 한다”며 “그럴경우 2차 시장이 확장되고, 해외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종원 순천향대학교 교수도 “완성도 높은 콘텐츠를 만든다면 공연예술의 한류를 가져올 수 있고, 아카이빙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교육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 봤다.

문제는 공연 영상화 과정의 제작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편당 제작비는 최소 수백만원에서 최고 억대에 달한다. 예술의전당의 경우 ‘영화화’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편당 제작비가 1억~3억원 수준이다. 대부분의 소규모 공연단체가 영상 제작 비용을 추가로 감당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다.

이유리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이러한 이유로 “공연의 영상화 작업은 시스템과 비용이 갖춰졌을 때 가능한 비즈니스”로 “원소스 멀티유즈로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부가가치를 얻을 순 있으나 원 콘텐츠의 대응 콘텐츠가 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 교수는 이에 “영상 작업은 비용이나 제작 등의 문제로 민간 차원에서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공영 방송 등과의 협업을 통해 질 높은 공연 제작물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에선 최대 3000만원을 지원해 ‘무관중 온라인 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콘텐츠를 만드는 현장에선 공연 영상화 작업을 활발하게 이어가고, 유료화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넷플릭스나 음원 플랫폼의 형태로 잘 만든 공연 콘텐츠를 공개하는 것이다.

신태연 예술의전당 제작PD는 “공연 분야의 문화예술 콘텐츠만 올라갈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만들어 질 좋은 콘텐츠를 모아둔다면 플랫폼의 유료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권영훈 경기아트센터 미디어창작소 PD 역시 “지금까진 무대에서 관객을 만나는 것이 예술이 가진 가치와 덕목이라 생각해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지 않았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필요성이 나오고 있다”며 “관객과 업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플랫폼이 생긴다면 유료화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봤다.

공연 영상화 사업은 비단 온라인 플랫폼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무대를 넘어 대형 스크린으로 이동해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으로 제작된 뮤지컬 ‘웃는 남자’ 영상은 지난해 메가박스에서 상영돼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엔 연극 ‘늙은 부부 이야기’를 영화 버전과 연극 버전으로 따로 만들어 전주국제영화제에 출품했다.

신 PD는 “‘늙은 부부 이야기’가 영화관에 걸려 스크린 집계에서도 좋은 성적을 낸다면 공연예술의 영상 작업에도 전환점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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