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세월호 [극장들 제공] |
2014년 4월 16일, 그날의 참사는 온 국민에게 잊지 못할 절망의 기억이다.
‘세월호 참사 6주기’를 맞아 각 영역에서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연대의 장을 마련,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공연계에선 혜화동1번지, 연우소극장, 성북마을극장, 삼일로창고극장이 ‘2020 세월호: 극장들’을 열었다. 지난 7일부터 시작된 이번 프로젝트에는 열 개의 공연팀이 참여한다.
첫 번째 공연작으로 극단 ‘종이로 만든 배’의 ‘내 아이에게’가 유튜브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중계됐다. 이 공연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연장으로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연극 ‘내 아이에게’는 2015년 초연부터 평단과 관객의 관심 속에 매년 무대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한 어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고통받는 유가족의 뼈아픈 일상을 담고 있다. 영상 속 무대는 소박하고 단출하다. 무대 한 가운데에는 의자 하나가 있고, 한쪽에는 운동화 한 켤레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무대 앞 어둠 속에는 노란 꽃이 담긴 꽃병과 노란 종이배가 보인다.
공연은 어머니를 중심으로 네 명의 코러스가 함께 그려내는 모놀로그 형식이다. 연극이 시작되면서 코러스 뒤로 어머니가 천천히 등장한다. ‘숨쉬기도 미안한 4월, 또 오고야 말았다는, 여섯 번째 봄’. 어머니의 사무친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려온다. 어머니의 독백은 6년 전 그날로 돌아가고, 무대는 기억의 공간으로 바뀐다. 새소리가 청명하게 들릴 만큼 맑은 봄날, 소풍을 떠난 딸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엄마, 배가 이상해, 기울어졌어, 그런데 괜찮아, 구명조끼 입었고, 가만히 있으래.” 길지 않은 독백은 잠식돼 있던 끔찍한 그날의 악몽을 되살린다.
여섯 해가 흐른 지금도 ‘그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윽고 네 명의 코러스로 전해지는 단원고 학생들의 카카오톡 메시지에 마음이 먹먹해진다. 절망과 슬픔의 시간, 세월호 참사로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이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하루하루 겪어내고 있을 고통스러운 시간이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보는 내내 탄식이 흘러나온다. 관객은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괴로운 그날을 함께 응시하며, 분노와 전율 속에 깊은 공감을 나눈다. ‘기억하기’를 통해 유가족과 생존자들의 깊은 상처를 공감하는 것, 이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법이며 위로임을 깨닫는다.
참혹한 기억을 계속 되살리는 것은 슬프고 힘든 일이다.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을 멈추지 않는 것은 이러한 시간이 세월호는 물론, 이전의 많은 대형 참사를 포함하고 있으며, 우리 안에 잠식돼 사멸하지 않는 고통의 기억으로부터 치유해 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를 추모해야 마땅한 이 시기, ‘내 아이에게’는 사회적 연대의 의미를 되새기며, 우리가 지켜내야 할 것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다짐의 시간이며, 피해자들의 애도와 함께 세월호 트라우마 세대에게 전하는 위로의 이야기다.
공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