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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양희준·김수하, 조선의 10대에게 반하는 시간 ‘텐미닛’
뮤지컬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으로 남녀 신인상
‘조선의 흥’ 폭발하자 관객도 10분 만에 홀릭
“박카스 광고 속 에너지” 양희준ㆍ“스위스로 찾아가 러브콜” 김수하
신예들의 화려한 반란…뮤지컬계의 희망을 보다
김수하, 양희준은 올초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으로 남녀 신인상을 받았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조선의 10대들은 이런 모습일까. 신분의 차별, 억압된 자유, 세도가의 부조리가 만연한 봉건사회에 ‘흥’이라는 것이 폭발했다. ‘시조’를 국가 이념으로 삼는 ‘가상의 나라’ 조선. ‘하여가’와 ‘단심가’가 울리니 어찌 조선왕조 500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있을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열여덟 청춘들의 청량한 에너지가 쏟아내는 힘이 강력하다. 지난해 초연 이후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지고 있는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이하 ‘외쳐 조선’)은 뮤지컬계의 창작 신화다.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톱배우도 없고, 해외 유명 연출가도 없다. 이름난 라이선스 작품도 아니다. 심지어 서울예대 대학생들의 졸업작품. 아마추어들이 빚어놓은 ‘외쳐 조선’이 학교 밖으로 나오자, 관객들이 움직였다. 그 중심에 양희준(29), 김수하(26)가 있다. 올해 한국뮤지컬어워즈 신인상을 휩쓴 두 주인공. 이들에게 반하는 시간은 10분이면 충분하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두 사람을 만났다.

양반에게만 시조가 허용된 조선에선 평민이 시조 한 수 읊으려면 목숨을 건다. 진을 중심으로 한 비밀 결사단 골빈당은 시조를 통해 자유와 새로운 세상을 노래하며 시대를 움직인다. 서구의 장르에 우리의 가락을 실으니, 존재 자체로 전혀 새로운 작품이 됐다. ‘외쳐 조선’의 넘버(음악)들은 모두 전통 가락과 악기에 힙합, 레게, 스윙재즈를 얹었다. 그 가락을 래퍼처럼 아이돌처럼 능수능란하게 소화한다.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신예들의 화려한 반란이다. 워낙 뛰어난 춤사위에 대중이 모르는 아이돌 출신이냐고 묻자 양희준은 손사래부터 친다. “아이돌은 꽃처럼 생겨야 하는데 전…”(양희준) “꽃 말고 난?”(김수하) “전 난과 같아서…” 이정도면 ‘영혼의 단짝’. 호흡을 맞춘 기간만큼 환상의 ‘티키타카’를 보여준다.

두 사람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수한 단(양희준), 강단있고 어른스러운 진(김수하)의 모습을 닮았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어디로 튈지 모르는 순수한 단(양희준), 강단있고 어른스러운 진(김수하)의 모습이 두 사람의 실제 관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전 오빠를 처음 봤을 때, 낯도 많이 가리고 얼굴을 못 쳐다봐서 좀 모자란 사람인 줄 알았어요.”(김수하) 묵직하게 던진 한 방에 양희준은 금세 자지러진다. “수하는 리더십이 있고, 당당해요”(양희준) “당당여성?”(김수하) “(웃음) 여장부의 면모를 가지고 있어, 의지가 많이 돼더라고요.”(양희준) “양희준 매니저예요.(웃음)”

두 사람이 ‘외쳐 조선’을 만나게 된 계기도 특별하다. 양희준은 서울예대 선배인 우진하 연출의 러브콜로 삼고초려 끝에 응답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졸업작품 공연’이었던 것이 PL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을 맡으며 학교 밖으로 나오게 됐다. 송혜선 PL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박카스 광고에 나올 것 같은 양희준의 에너지가 매력이었다”고 말했다. 김수하는 ‘한국인 최초’로 웨스트엔드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뮤지컬 배우다. 2015년 영국 웨스트엔드 뮤지컬 ‘미스 사이공’ 킴 커버(대체 배우)로 데뷔, 4년간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 활동했다. 송 대표는 김수하를 캐스팅하기 위해 스위스까지 날아갔다. 공연 한 번 보지 않았을 때였다.

“대표님께서 식사 자리에서 ‘외쳐 조선!’ 같이하고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공연도 보기 전에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라고 했죠. 대표님이 ‘나는 캐머런의 선택을 믿어요’ 이러는 거예요. 제가 ‘캐머런이 실수했을 수도 있잖아요’라고 했더니 ‘캐머런은 4년 동안 세 번은 실수 안 할걸요’라고 하더군요. 할 말이 없어졌어요.” 캐머런 매킨토시는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의 제작자다.

‘스웨그 에이지:외쳐 조선!’에서 주인공 단을 연기하는 양희준 [PL엔터테인먼트 제공]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오니 ‘외쳐 조선’만큼은 베테랑이지만,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영학도였던 양희준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열망에 서울예대 연기과에 다시 입학했다. ‘외쳐 조선’은 양희준이 만난 그 어떤 작품보다도 남다르다. 전작이 있지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각인하고, 실력을 인정받은 것도 이 작품이다.

“‘외쳐 조선’을 굉장히 오래 하다 보니, 하면 할수록 새로운 장애물에 부딪히고, 그 장애물이 커진다는 걸 느껴요. 오래 하면 할수록 작품이 어려워지더라고요. 그래서 두려워질 때가 있고, 이상한 실수를 할 때가 생겨요. 맞는 가사와 대사를 하는데, 아닌 것 같은 묘한 경험도 하게 되고요. (송혜선) 대표님이 완벽해지려 하지 말고 즐기라고 말씀해주시더라고요. 마음을 놓았더니 나아졌어요.”

김수하는 한국 배우 최초로 웨스트엔드 작품에서 여주인공을 맡아 열연한 뒤 한국 무대 데뷔작으로 ‘외쳐 조선!’에 출연했다. [PL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수하에게 ‘외쳐 조선’은 또 한 번의 도약을 하게 해준 작품이다. ‘미스 사이공’을 4년간 공연하며 딜레마도 겪었다고 한다. “킴을 너무 오래 하니 나중에는 킴 밖에 못 하는게 아닐까, 다른 작품을 보면 난 저런 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더라고요. 그러던 차에 ‘외쳐 조선’을 만나게 됐어요. 춤도 추고, 연기도 하고, 신나기도 하지만, 슬픔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아이를 만나 자신감을 찾게 됐어요.”

완벽하게 딱 맞는 옷을 입고 있어 두 배우가 보여줄 또 다른 미래가 궁금하고 기다려진다. 양희준은 “모두가 수하의 차기작을 기대하듯이 나도 그렇다”며 “또 얼마나 미친듯이 기가 막힌 걸 보여줄까 하는 기대가 있다. 닮고 싶으면서 어떻게 하나 염탐하고 싶은 배우”라고 했다. 양희준의 이야기에 김수하는 “늘 신나게 즐기는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숨은 노력파”라며 “사람들은 오빠가 단이 자체라는데, 사실 단이를 완벽하게 연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서로의 칭찬을 자양분 삼아 펼쳐낼 두 사람의 내일엔 뮤지컬계의 희망이 자란다.

“그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할머니가 돼서도 무대에 서고 있어요. 엄마, 할머니 역할을 하며, 역할과 함께 늙어갈 수 있는 배우요.”(김수하)

“늘 기쁠 수만도 없고, 슬프기만 한 것도 아니잖아요. 기쁜 건 기쁜 대로 온전히 즐기고, 슬픔도 받아들이면서 변태처럼 살고 싶어요.(웃음) 배우로서 그런 감정 하나 하나를 경험하는 것이 즐거워요. 그렇게 받아들인 감정을 연기로 표현하고 싶어요.”(양희준)

shee@heraldo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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