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은·노기훈·박아람·조민아 展
동양화·회화·설치·사진 등
동시대 담은 그들만의 시선
금호미술관, 5월 5일까지 전시
박아람 ‘타임즈’전 전시전경[금호미술관 제공] |
조민아, 〈혼합된 세계〉, 2020, 장지에 채색, 각 112x112cm [금호미술관 제공] |
노기훈 작가‘ 달과 빛’전 전시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
김세은‘ 잠수교’전 설치전경 [금호미술관 제공] |
매년 공모프로그램을 통해 35세 이하의 젊은 작가들을 지원하는 금호미술관이 2019년 제 17회 금호영아티스트에 선정된 김세은, 노기훈, 박아람, 조민아 등 4명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젊은 작가들은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본 동시대를 미술관으로 끌어들였다. 동양화, 회화, 설치, 사진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졌다.
입장과 동시에 가장 먼저 마주하는 1층 메자닌엔 대형 동양화가 걸렸다. 조민아 작가의 ‘빼기, 나누기 그리고 다시 더하기’전이다. 커다란 화면엔 복잡한 상징이 가득하다. 작가는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난민 혐오, 공직자의 윤리 스캔들, 충돌하는 정치상황 등 끝없는 차별과 혐오, 폭력적 상호작용을 우화적으로 표현한다. 모순과 부조리에 순응하는 개인들, 그리고 이에 반대하는 개인들의 힘으로 상황이 개선되는 지점들이 뫼비우스의 띠 처럼 순환한다. 작가는 “늘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는 대립과 충돌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모순의 끝에서 화해와 화합이 반복된다”고 설명했다.
2층엔 김세은 작가의 ‘잠수교’가 자리잡았다. 작가는 도시 풍경의 감각과 운동성을 회화로 재현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오피스 빌딩, 주거지인 아파트와 주택들 그리고 주요 거점지역을 연결하는 도로와 지하철 등 거대한 유기체로서의 도시는 작가에게 특유의 상상력을 불러일으켰다. 도시의 인물들과 움직임을 지닌 속도가 발산하는 에너지를 작가는 감각적으로 회화로 풀어냈다. 최초로 지하철이 생긴 런던의 풍경과 한국 신도시의 풍경은 그래서 같은 듯 다르다.
3층엔 박아람 작가의 ‘타임즈’가 이어진다. 박아람은 회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을 사용하여 동시대의 가상과 실재가 혼재하는 환경 속에서 유효한 이미지와 회화의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벽에 붙은 노랑, 파랑, 빨강의 블록은 엑셀파일의 ‘셀’을 은유한다. 관객은 그 안에 들어가서 양쪽의 ‘셀’들을 번갈아 바라보며 보이지 않는 운동성을 만들어낸다. 바닥에 놓인 파란 공은 휴대폰의 ‘핀치 투 줌’(pinch to zoom)의 실사판이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손가락 두 개로 대상을 키우거나 줄이는 것을 크기만 다른 공을 놓아 시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지하엔 노기훈 작가의 ‘달과 빛’이 펼쳐진다. 암실로 들어가듯 검은 커튼을 걷어내면 일본 어딘가의 풍경이 펼쳐진다. 후미진 여름밤의 골목, 밤 벚꽃이 흐드러진 천변 등 모두 밤에 촬영한 것들로 어딘가 비현실적 느낌이지만, 고요하고 깔끔한 일본 특유의 감성이 살아있다. 작가는 2017년과 2018년 여러차례 일본을 방문하며 계절별로 촬영했다. 1872년 개업한 일본 최초의 역 중 하나인 요코하마시의 사쿠라기초 역에서 기차를 타고, 중간 어느 역에 내려 도쿄를 향해 걸어가며 사진을 찍고, 첫 차를 타고 다시 요코하마로 돌아오는 긴 여정의 결과물이다. 작가는 “밤사진을 찍을 수 있었던 건 근대 이후의 일”이라며 “빛은 직진성을 지니는데 일본의 건축물과 도시가 이를 잘 드러낸다”고 했다.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시를 진행하는 만큼, 금호미술관은 예방 수칙과 안전조치를 시행한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은 입장이 불가하며, 입장시 체온측정과 출입기록을 작성한다. 전시는 5월 5일까지 이어진다.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