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시차 [오푸스 제공]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를 뚫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우크라이나 출신 발렌티나 리시차(47)는 지난 22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진행된 연주회에서 하얀 마스크를 쓰고 피아노 위에 앉았다. 이날 공연의 절정은 리사이틀의 마지막 곡인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함머클라비어’였다. 리시차는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는 부분을 연주하는 도중 눈물을 쏟아냈다. 연주는 끝내 멈췄고, 그는 3분간 자리를 비웠다.
공연기획사 오푸스는 “리시차는 코로나19로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는 와중에 우크라이나에 홀로 남겨진 어머니 생각에 오열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피아노 검투사’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리시차는 강력한 타건과 화려한 연주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피아니스트다. 이번 한국 공연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 위기에 놓였지만, 리시차의 강력한 의지로 예정대로 열렸다.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한국인을 응원하고 싶다”며 “한국의 방역 체계를 믿는다”는 것이었다.
연주회는 1부와 2부, 인터미션과 앙코르를 포함해 약 2시간30분 동안 이어졌다. 보통의 클래식 공연보다 부쩍 긴 연주 시간이었다. 이미 지난 2013년 내한 당시에도 그는 무려 3시간에 걸친 열정적인 연주로 화제가 됐다.
끌어오르는 감정에 잠시 무대를 떠났던 리시차는 객석의 뜨거운 박수에 다시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공연기획사 측은 리시차가 앙코르 곡으로 월광 소나타를 선택하며 코로나19에 지친 사람들의 마음을 “달빛처럼 따뜻하게 감싸주고 싶었다”는 소감을 밝혔다고 전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