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으로 서울시는 대학로 소극장 131개소와 박물관, 공연장 등 시 문화시설 71개소의 방역 소독을 매주 1회 실시하고 있다. [연합]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확산으로 연극계는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무대가 멈추고, 공연장으로 들어서는 발길이 끊긴다.
헤럴드경제가 확인한 한국연극협회의 20개 소극장 표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월 동안 무려 409회차의 공연이 취소됐다. 연극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은 메르스 때보다 심각하다. 그 당시엔 공연이 취소된 사례는 없었는데, 코로나19 1번 확진자가 나온 이후 많은 공연들이 빠르게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피해가 큰 것은 아동·청소년극이다. 가족 단위 관람객을 맞아야 하는 아동·청소년극은 코로나19 확산이 거세지기도 전인 2월 중순 전에 문을 닫았다.
김관 한국연극협회 사무총장은 “80~200석 사이의 소극장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나타난 가장 큰 문제는 도미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며 “배우, 스태프, 제작진, 공연장이 코로나19 여파로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우려를 비쳤다.
대학로에는 최저임금도 받지 못한 채 ‘열정’과 ‘꿈’을 향한 기대만으로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청한 한 배우는 “대학로에는 대리운전을 하는 연극인이 많은데, 코로나19 이전엔 하루에 15만 건이던 호출이 지금은 1만5000건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취소된 공연이라고 대관료를 무조건 환불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김관 사무총장은 “대관료 환불의 경우 소극장마다 규정이 다르다”라며 “코로나19를 천재지변으로 볼 경우 환불이 가능하지만, 일부 소극장은 천재지변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어 대관료 환불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연 기획사나 공연에 참여하는 배우, 스태프만의 어려움이 아니다. 작은 극장들의 어려움도 만만치 않다. 김 사무총장은 “대학로의 소극장은 임대 사업자라 대관료 수익이 안 잡히면 공연장 운영이 힘들고, 월세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로 소극장의 매달 월세는 위치와 공간의 크기에 따라 400만~1200만원 선이다.
이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하자 문화체육관광부에선 공연업계를 위한 긴급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공연 취소와 연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예술인들에게 총 30억원의 긴급생활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자율은 연 1.2%로 낮은 편이지만, ‘빚’은 ‘빚’이다. 김 사무총장은 “문체부에서 융자를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은 빚을 내서 빚을 갚는 상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동시다발적 피해가 이어지다 보니 연극계에선 지금 당장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피해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예술경영지원센터 안에 ‘코로나19 전담창구’가 운영 중이며, 한국연극협회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연극계의 피해 상황을 접수 중이다. 한국연극협회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접수된 피해 사례만 해도 70여건에 달한다.
연극계의 가장 큰 우려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장기화다. 김 사무총장은 “3월 중순까지 코로나19가 꺾이지 않는다면 6월 공연까지 영향을 줄 것이고, 올 하반기는 공연장 대란이 일 것으로 예측된다”며 “뿐만 아니라 현재 시행 예정이던 예술인 사업들이 뒤로 밀리면서 내년 4월 무렵까지 여파가 이어져 많은 혼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