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국립오페라단이 두 명의 단장 체제로 돌입한다.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해임된 윤호근 단장이 최근 법원으로부터 해임 처분 집행정지 결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송이 진행 중이던 같은 해 10월 박형식 전 의정부 예술의전당 사장이 신임 단장으로 임명, 국립오페라단은 초유의 ‘두 단장’ 체제를 이어가게 됐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단장 겸 예술감독은 헤럴드경제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오페라단에 복귀해 근무를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도록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서울행정법원 제6부는 선고 공판에서 윤 단장에게 내린 해임처분을 취소하고, 면직 처분 집행을 정지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윤 단장은 2심 확정 때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 전 단장 [연합] |
1년에 가까운 기간동안 윤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복귀보다는 ‘명예회복’에 방점을 두고 소송을 진행했다. 윤 단장은 “지난 1년간 어디에 하소연할 수도 없는 복잡한 심경이었다”며 “순수한 마음으로 오페라 경력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월등히 높고 가장 일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는데 해임이라는 말이 당시엔 믿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지난해 5월 자격 요건에 미달한 A씨를 공연기획팀장으로 뽑았다는 이유로 윤 전 단장에게 해임을 통보했고, 윤 전 단장은 한 달 후 소송을 제기했다.
윤 단장은 “비리를 저지르거나 청탁을 받은 것이 아니고, 가장 실무 능력이 탁월한 사람을 뽑았고, 당시 심사위원 모두가 최고 점수를 줬다”며 “그런데 채용 비리라는 불명예스러운 해임을 당해 5년 동안 공직에 나가지 못하고 국내외에서의 활동이 불가피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단장은 국립오페라단 단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독일에서 지휘자로 활동했다. 2009년 다니엘 바렌보임에게 발탁, 베를린 슈타츠오퍼 부지휘자로 4년간 재임했다.
그는 “25년간 독일에 살다가 2018년 2월 9일 취임해 처음으로 해본 채용 업무였고, 혼자 결정한 것이 아니라 사무국장, 경영국장과 매뉴얼에 따라 진행한 일이었다”며 “여러 정황을 알고 있는 오페라계에서도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소송을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이번 판결은 제 명예를 회복시켜준 것이다”라는 입장을 들려줬다.
법원은 윤 단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태가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문체부에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나, 항소하겠다는 의사도 밝힌 상황이다. 현재로선 문체부가 국립오페라단 사상 초유의 ‘한 지붕 두 단장’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문체부로선 소송이 진행 중인 과정에서 새 단장을 임명한 것에 대한 비판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국립오페라단은 두 단장을 맞으며 당분간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낼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 국립오페라단은 윤 단장이 임시로 근무할 사무실을 마련해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준비 중이다. 윤 단장은 “오페라단이 물색해놓은 장소 몇 군데를 보여줘 임시 사무실을 마련한 상태다”라며 “10일 오후에는 오페라단 관계자들과 박형식 단장님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지금은 코로나19 여파로 재택 근무가 많은 상황이다. 저 역시 당장은 사무실에 자주 나가지 않겠지만, 필요한 물품이 갖춰지면 출근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두 단장 간의 업무 분담과 보고나 결재 절차도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 윤 단장은 하지만 “둘 다 음악가이기 때문에 소통이 잘 되고 있어 실무에 대해선 걱정이 없다”며 “제 경우는 법원에 의해 복귀가 된 것이기 때문에 박 단장님이 추진해온 업무를 당연히 존중할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박 단장님이 해놓으신 일을 잘 숙지해 국립오페라단의 공연이 잘 올라가고, 공연 퀄리티를 높이도록 서포트하는 일이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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