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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에 대한 자각, 삶을 위로하다
김종영미술관 '새벽의 검은 우유'전
김종영미술관 2020년 첫 전시 '새벽의 검은 우유' 전시전경 [사진제공=김종영미술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철거된 집에서 발견한 벽지, 산불에 타버린 나무 둥치, 머리카락과 타일, 바다에 떠다니던 부유물들…. 전시장을 채운 건 쓸모를 잃고 버려진 것들이다. 그 위로 루마니아 출신 프랑스 시인 파울 첼란의 '죽음의 푸가'가 쓰였다. '새벽의 검은 우유 우리는 마신다 저녁에'로 시작하는 싯구는 죽음과 사라짐에 대한 미약하고 슬픈 위로다.

김종영미술관이 올해 첫 전시 '새벽의 검은 우유(Black Milk of Dawn)' 풍경이다. 심승욱, 이세경, 연기백, 정재철, 정현 등 다섯명의 한국 현대미술작가들이 참여했다. 미술평론가 고동연과 작가 심숭욱이 공동기획했다.

버려진 것들, 본래의 생명을 잃고 죽음에 이른 물건은 작가들에 의해 '발견'되고 전시장으로 옮겨와 새로운 의미를 얻었다.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건들은 낯선 얼굴을 하고 관람객과 만난다. 일상의 파편들은 관람자 개개인의 기억들을 끌어당긴다. 혹자는 검게 타버린 나무둥치에서 산림욕장을 걷던 기억을, 머리카락 뭉치에서 20대 대학가 자취방 바닥, 그리고 젊음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 시간과 공간이 관객 개인의 경험과 기억을 타고 펼쳐진다.

전시명인 '새벽의 검은 우유'는 파울 첼란의 싯구에서 차용했다. 심승욱 작가의 작품 '크로스 더 라인 - 흘러내린 시'에도 등장하는 텍스트다. 부분부분 텍스트를 녹이고 지워 의미와 해석을 불분명하게 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전시 공동기획자인 고동연 평론가는 "검은우유는 죽음, 공허, 버려짐을 상징하며 작품들이 지닌 의미를 반영하고 있다"며 "제목과 작품관계에 대한 상상력을 유발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3월 15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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