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3월쯤 되면 조금은 괜찮아지지 않겠냐”며 낙관론을 보였던 공연계도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의 걷잡을 수 없는 확산에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공연계의 매출은 이미 반토막이 났고, 많은 공연이 조기 폐막과 취소, 연기로 이어지고 있다. 공연계가 ‘올스톱’된 상황이다.
25일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4일까지 연극·뮤지컬·클래식·오페라·무용·국악 등의 공연 매출액은 184억249만원으로 확인됐다. 이는 전월 동기(322억4228만원)보다 42.9%나 줄어든 수치다.
공연 횟수는 2월 같은 기간 746건으로 전월 동기간(679건)보다 소폭 늘었지만, 매출은 급감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월 매출보다도 10.6% 줄었다.
뮤지컬 아이다 [신시컴퍼니 제공] |
공연계에선 3월에 접어들면 본격적으로 공연이 많아지다 보니 현재의 위축과 코로나19 확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오전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8일까지 국립중앙극장 등 5개 국립공연기관을 휴관하고 국립극단 등 7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연장 내 감염을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다.
5개 국립공연기관은 국립중앙극장, 국립국악원(부산, 남도, 민속 등 3개 지방국악원 포함), 정동극장, 명동예술극장,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등이며, 7개 국립예술단체는 국립극단, 국립발레단,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국립합창단, 서울예술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포함된다.
국립창극단의 '아비, 방연' [국립극장 제공] |
이에 따라 28일 개막 예정이던 국립극단 ‘화전가’ 등의 개막이 미뤄졌고, 3월 6일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릴 예정이었던 국립창극단의 ‘아비, 방연’도 공연이 취소됐다. 정동극장은 지난 14일 개막한 공연 ‘적벽’을 내달 8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클래식계는 이미 해외 아티스트들의 많은 내한 공연이 취소됐다. 보스턴심포니 첫 내한공연, 내달 17일 예정된 루체른스트링페스티벌 내한 공연, 홍콩필하모닉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이 무산됐다.
뿐만 아니라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코리아심포니는 이달 공연을 모두 취소했고, 경기 필하모닉은 올해 첫선을 보이는 ‘앤솔러지 시리즈’ 1과 2를 취소했다.
[빈체로 제공] |
금호아트홀 연세도 내달 8일까지 예정된 기획 공연을 취소했으며, 다음달 6일 진행될 예정인 김선욱의 피아노 독주회도 연기됐다.
연극·뮤지컬 업계도 상황은 심각하다.
공연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현재 공연 중인 연극과 개막 예정인 뮤지컬을 조기 폐막하거나 연기, 취소했다.
[신시컴퍼니 제공] |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오는 29일로 폐막일을 앞당겼다. 3월 8일 개막 예정이던 뮤지컬 ‘맘마미아!’는 개막일을 4월 7일로 미루고 공연 기간을 축소하기로 했으며, 뮤지컬 ‘아이다’ 부산 공연은 취소됐다.
서울문화재단은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와 삼일로창고극장 공연장·스튜디오를 임시 휴관하며 ‘2020 서치라이트’가 연기됐다. 두산아트센터도 임시 휴관하며 연극 ‘뜻밖의 여자’, ‘Ciphers-암호문’이 취소됐고, 뮤지컬 ‘마마, 돈크라이’가 연기됐다.
마스트 엔터테인먼트는 서울 을지로 그레벵뮤지엄 2층에서 공연 중인 ‘위대한 개츠비’를 28일로 조기 종영하기로 했다. 이머시브 공연으로 인기를 모은 ‘위대한 개츠비’는 인기에 힘 입어 3월8일까지 연장 공연하기로 했으나, 코로나19 여파로 이달까지만 공연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의 상심은 커지고 잇다. 인기 스타들이 등장하는 일부 공연을 제외하면 중소 규모의 연극과 뮤지컬 등은 매출 압박과 생계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공연계 관계자는 “2월 초, 중순만 해도 낙관론이 나왔는데 점차 공연이 많아지는 3월까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 것 같지 않아 걱정이 많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연계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는데 빨리 이 사태가 진정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라고 토로했다.
s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