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원·박장년·송번수 3인 그룹전
조각·회화 등 현대미술 다양성 제공
도잉아트 ‘우연히 즉흥적인’ 展
멜로디 박·김미영·전은숙·김경률 등
여성시선으로 ‘예술안 자유로움’ 표현
‘더 높은 곳 대신에’전에 걸린 박장년 작가의 작업들 [갤러리바톤 제공] |
젊음과 나이듦, 청년과 노인, 신진과 원로. 이항(二項)이라고 늘 대립(對立)하진 않는다. 예술에선 더 그렇다. 나름의 아름다움만 존재할 뿐이다. 때마침 강남과 강북의 갤러리에서 한국현대미술계의 원로들의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와 지금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취향은 개인의 것이다.
▶갤러리바톤,‘더 높은 곳 대신에’전= 한국에 ‘현대미술’이라는 지형을 그린 3명의 작가, 박석원·박장년·송번수 3인의 그룹전이 열린다. ‘더 높은 곳 대신에(In Lieu of Higher Ground)’라는 주제로 전후 현대미술이 태동할때부터 현재의 동시대성과 다원화된 정체성을 갖추기까지 평생 화업에 매진한 세 명의 원로·작고 작가의 화업을 조명한다.
전시장에 모인 세 작가의 작업은 조각, 회화, 타피스트리 등 장르는 다양하지만 마치 한 사람의 그것처럼 같은 톤으로 어우러진다. 전시장 바닥에 고유의 색과 결이 그대로 드러낸 나무들이 쌓였다. 박석원 작가가 1970~80년대 작업한 ‘변용-관계’시리즈다. 한국 아방가르드 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던 작가는 물성에 내재된 자연성을 끊임없이 탐구했다. 그 옆엔 극사실적 기법으로 마포에 마포의 형상을 재현한 박장년(1938-2009)의 작업이 걸렸다. 마포를 더 마포답게 보이도록 주름, 그림자를 그려넣었다. 대상을 재현하지만 오히려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하이라이트는 송번수 작가의 대형 타피스트리다. 종교적 성찰이 본격적으로 작품으로 승화하던 시기의 작품들이다. 굵은 색실들이 잔 굴곡을 이루며 조명아래서 극적 효과를 연출한다.
갤러리측은 “이들 세 명 작가는 개인의 영달과 유명세를 좇지 않고 평생을 탐구하듯 자신의 미술 세계의 미학적 완성과 형상화에 주력에 왔다”며 “한국 현대미술이라는 지형에 높은 봉우리를 더하기보다는 구도자적 자세로 미답의 영역을 탐구하고 묵묵히 외연을 넓혀 왔다”고 설명했다. 한남동 갤러리바톤, 2월 29일까지.
박경률, Home, 2018, Oil on cotton, 145x145cm[도잉아트 제공] |
▶도잉아트, ‘우연히 즉흥적인’=2020년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작가의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모습들을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우연히 즉흥적인’이라는 전시 주제대로 예술안에서 펼쳐지는 자유로움이 2020년의 버전으로 살아있다.
멜로디 박, 김미영, 전은숙, 박경률 등 네 명 작가는 회화와 이를 바탕으로 한 설치로 전시장을 채웠다. 멜로디 박 작가는 일상의 색을 관찰하고 표현한다. 공감각적으로 순간 감지되는 색은 레이어가되고, 작업의 조형적 구조가 돼 하나의 추상세계를 완성한다. 김미영은 물감이라는 재료의 물질성을 활용한다. 젖은 물감위에 다시 젖은 물감을 올려 재빠르게 완성한 그림은 물감 그 자체의 점성, 파편, 덩어리채 묻혀지는 조각적 느낌, 붓의 강약에 따라 다르게 만들어지는 조형적 요소가 리드미컬하다.
전은숙 작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예쁘기만 한 식물을 소재로 그린다.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하기보다 주변의 분위기 맥락과 어우러짐에 초점을 맞춘 식물은 이미 그 자체로도 충분히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다. 박경률작가는 회화의 구성요소인 ‘내러티브’를 소재로 실험을 한다. 화면위 도상이 독립적 오브제가 돼 3차원 공간의 설치작업으로 확장시킨다. ‘예술이 무엇을 읽는가’, ‘예술이 꼭 무엇이 보여주고 이해해야 하는가’하는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갤러리측은 “같은 세대를 살지만 서로 다른 고민을 하고, 원더우먼이 되어야한다는 의무감도 없다. 그렇게 예술안에서 자유로운 작가들”이라며 “일기를 쓰듯이 그려가는 그들의 자화상을 은밀히 맛보며 나다운 것, 나답게 사는 것, 나의 자화상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방배동 도잉아트, 3월 21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