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를 담은 한국회화
작품마다 품은 이야기도 풍성
자신의 작품 '철조망 블루스'앞에 선 한국화가 김선두. 그의 개인전이 서울 삼청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 작가는 "한국화가 어떻게 해야 동시대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비단 한국화만의 그것이 아니다. 전통과 현대의 키워드는 모든 작가들의 고민"이라고 말했다. [사진=헤럴드DB] |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 때는 바다를 헤엄치고 다녔을 생명은 배가 갈린채 식탁위에 올랐다. 넓게 펼쳐진 도미의 좌우 얼굴이 성난 사람처럼보이다가도, 사람이 아닌 괴물처럼 읽힌다. 한국화가 김선두의 '마른도미'다. 작가는 "하나의 몸이 벌어져 등을 맞대고 대립한다. 한 몸을 유지하며 대칭을 이룰땐 생명체였으나, 양극단을 향해 찢어지면 죽은 몸이 된다. 극단만 남은 우리 사회같다"고 했다.
한국화로 동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작가 김선두의 개인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린다. "전통과 현대에 대한 고민이 비단 한국화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는 작가는 "한국화로 현대회화어법을 담아내는 것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평생과제"라고 했다. 이번 전시는 동 갤러리에서 4번째 개인전으로 19점의 회화가 나왔다.
김선두, 마른 도미, 2019, 장지에 먹, 분채 , 178x158cm[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
김선두, No. 1, 2019, 캔버스에 유채, 116x91cm[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
작품마다 화두를 하나씩 품고 있다. '마른도미'가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한국사회를 은유한다면, 신호등을 그린 '나에게로 U턴하다'는 직진만 강요하는 현대에 잠시 서서 되돌아볼 시간이 필요하지 않냐는 이야기를 담았다.
부탄가스를 그린 'No.1'은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스스로를 '자기 자랑을 많이 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한 작가는 어느 순간 그 모습이 부끄러웠단다. 어느날, 작업실 바닥에 굴러다니던 부탄가스에 '썬', '태양', '국민연료', 'No.1'등 자신이 최고라는 동어반복의 점철을 보면서 '명품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않아도 명품인데, 이렇게 강조하는 것이 꼭 나 같아' 자화상으로 그려냈다.
한 편의 수필을 담은 듯한 작업들도 흥미롭지만 남도의 풍경을 담은 '느린 풍경'도 눈길을 끈다. 특히 '유달길'은 가로 9미터에 달하는 대작이다. "30년 그리다보니 선은 요즘 젊은 작가보다 자신있었다"는 자평이 무색하지 않게, 때로는 느리게 또 때로는 빠르게 흘러가는 대담한 선 아래 펼쳐지는 남도의 붉은 밭이 인상적이다. "동양의 산수는 서양의 풍경과 정 반대 지점에 서있다. 여러가지 시점이 동시에 섞이며 서 있는 풍경으로 초청한다". 해남 황토밭의 흙냄새가 훅 끼쳐온다. 전시는 3월 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김선두, 느린 풍경 - 유달길, 2019, 장지에 먹, 분채, 142x900cm[사진제공=학고재갤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