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0년 창단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에서 동양인 여성이 처음으로 악장이 됐다. 2018년 5월, 당시 26세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 이 오케스트라의 악장은 모두 세 명. 이지윤을 제외하면 모두 50대다.
보수적인 유럽 음악계에서 주목받은 것에 대해 이지윤은 최근 서울 금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선함이 어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악장으로 임명된 이후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도 관심이 모아졌다. 특히 다니엘 바렌보임의 전적인 신뢰를 받은 신인이라는 점에서 주목도 역시 높아졌다. 세계 음악계의 권력인 바렌보임은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오케스트라 28년째 이끌고 있다.
“처음 뵈었을 때는 옆집 할아버지 같은 느낌이었어요. 음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많이 말씀해주세요. 처음 지휘해보는 것처럼, 처음 열어보는 곡처럼 연주해야 한다고요. 음악적인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면서도, 그것을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것이 놀라워요. 음악가로서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이지윤은 국내 음악계에서도 새로운 세대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힌다. 2004년 금호아트홀에서 영재콘서트로 데뷔했고 이후 칼 닐센 콩쿠르 우승으로 이름을 알렸다.
올해에는 오케스트라에서의 삶과 솔리스트로의 삶을 병행하는 ‘멀티 페르소나’가 된다. 금호아트홀 연세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돼 지난 16일 첫 리사이틀을 시작으로 총 4차례에 걸쳐 독주회를 연다. 그는 “오케스트라에선 내 개성을 줄여야 하고, 솔리스트는 나만의 특성을 드러내야 한다는 것이 무척 흥미롭다”며 “양쪽을 오가며 연주하는 것이 시너지 효과를 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느꼈던 에너지를 한국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한 이야기처럼 지난 독주회에서 그는 압도적이고 열정적인 연주를 들려줬다. 연주를 마친 이지윤은 다시 베를린으로 돌아가 악단 생활을 한다. 악단에서의 일이 없는 기간인 5월, 8월, 12월에 한국을 찾는다.
“저 역시 바이올린을 하는 직장인이에요. 일 년에 35주 정도 일을 하는데, 리허설 1번에 평균 3시간씩 연습을 해요. 휴일과 공휴일도 일을 하고요. 다른 직장인과 달리 주말이 반갑지 않은 사람이에요. 연주 끝나면 회식보다는 무조건 칼퇴예요. 빨리 집에 가야 하죠.(웃음)” 고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