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국립극장 개막 공연 ‘원술랑’ [국립극장 제공] |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1950년 4월 29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 자리에 국립극장이 들어섰다.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으로, 초대 극장장은 극작가 유치진이었다. 다음날 국립극장에선 유치진이 극본을 쓰고, 허석이 연출한 연극 ‘원술랑’으로 역사적인 첫 무대를 가졌다. 국립극장은 오는 4월이면 일흔번째 생일을 맞는다. 사람의 나이로 치면 고희(古稀·70세)가 됐다.
김철호 국립극장장은 15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50년 민생과 삶 자체가 힘들고 각박한 시절에 아시아 최초의 국립극장을 개관했다”며 “문화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마음으로 국립예술단을 창설하고 유지했다는 점이 국민 한 사람으로서 앞선 문화의식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극장은 일흔살 생일을 맞아 다양한 기념 공연과 행사를 진행한다. 국립극장과 국립극단은 ‘국립극장·국립극단 70주년 기념식’을 4월 2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앞 광장에서 펼친다. 문화예술계 주요인사 및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기념식의 1부는 국립극장의 역사를 조명하고 미래를 기약하는 의미를 담아낸다. 2부는 국립창극단·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국립오페라단·국립합창단 등 국립예술단체가 함께하는 무대로 채워진다. 김 극장장은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예술단체가 함께 하는 공연”이라며 “국립예술단의 과거 공연과 역사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공연 예술의 위상을 보여주고 미래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15일 서울 동대문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서울에서 열린 국립극장 70주년 기자간담회 [국립극장 제공] |
7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7개 국립예술단체의 공연도 화려하다. 국립극장 70년사를 아우르며 회자됐던 기존의 공연을 다시 선보이는가 하면 고희연을 맞아 새롭게 선보이는 공연도 있다. 각 국립예술단체의 기념공연은 3월부터 6월까지 국립극장·명동예술극장·세종문화회관·롯데콘서트홀에서 이어진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3월 26일 롯데콘서트홀에서 이영조 작곡의 ‘시조 칸타타’를 초연한다. 김성진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70명의 국립국악관현악단 단원과 90명의 창원시립합창단이 함께 하는 무대”라며 “국립 단체와 지방 국악단체가 협업해 한국의 혼이 담긴 깊이 있는 울림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6월 17일 같은 장소에서 국립극장 창설과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하여 ‘전쟁과 평화’를 주제로 ‘2020 겨레의 노래뎐’을 공연한다.
국립무용단은 신작 ‘산조’(안무 최진욱·연출 정구호)를 4월 18일부터 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한다. 우리의 전통 기악양식 ‘산조’를 바탕으로 한국 춤과 현대적 미장센의 조화를 그려낼 예정이다. 손인영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무용계를 이끌어갈 젊은 안무가 최진욱과 군더더기를 걷어낸 정구호의 세련된 연출이 만난 공연”이라며 “현대적인 감각을 불어넣어 다양한 장단에 몸이 만들어내는 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오페라단은 코믹 오페라 ‘빨간 바지’(작곡 나실인·극본 윤미현)를 3월 27~28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박형식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빨간 바지’는 1970~1980년대 강남 부동산 개발이 생기며 나타난 빈부격차 등의 사회적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풀어낸 창작 오페라”라고 설명했다. 또한 국립오페라단은 5월 22~23일 명동예술극장에서 ‘한국 오페라 베스트 컬렉션’을 공연한다.
1962년 1월 첫 선을 보인 ‘춘향전’ 대본 표지[국립극장 제공] |
국립창극단은 5월 14일부터 24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창극 ‘춘향’을 선보인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국립극장 극장장을 지낸 김명곤 연출과 극본의 작품이다. 유수정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국립극장 창설 70년의 무게에 맞는 공연을 고민하던 중 1962년 창극단 창단 당시 첫 공연이었던 춘향전을 올리기로 했다”며 “전통적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귀명창들과 무대를 꾸밀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극단은 4월 16일부터 5월 2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국립극단 70주년 기념 레퍼토리 ‘만선’(극본 천승세·연출 심재찬)을 올린다. 섬마을에서 살아가는 곰치 일가를 통해 당대 서민들의 모습을 그린 ‘만선’은 1964년 국립극장 희곡 공모에서 당선돼 같은 해 7월 초연됐다. 창단 70주년을 맞는 국립극단이 남산 국립극장 시절 대표 레퍼토리를 국립극장에서 공연해 의미가 크다.
국립발레단(예술감독 강수진)과 국립합창단(예술감독 윤의중)은 1973년 국립극장이 현재의 장충동으로 이전하기 전 자리했던 명동예술극장에서 기념공연을 이어간다. 오랜 시간 관객에게 사랑받아온 레퍼토리를 엄선해 ‘베스트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으로, 국립발레단은 5월 8~9일, 국립합창단은 5월 15~16일 공연한다. 7개 예술단의 70주년 기념공연은 1월 16일 오후 2시부터 국립극장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다.
김철호 극장장은 “과거 국립극장 창설 당시 선언문을 보면 문화 선진국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열렬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며“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념 생사와 공연을 진행한다. 과거를 회고하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미래를 마련할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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