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작품을 감상하는 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이 있다. 작가 개인사를 설명하며, 어떠한 상황에서 이같은 작품이 탄생했는지 알려주기도 하고 당시 사회의 분위기를 전하며 이해를 돕기도 한다. 혹은 물감이나 사용한 재료가 독특했다면, 이를 활용하게된 계기나 여파를 설명하기도 한다. 인문학, 역사, 재료 등 모든 것이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키워드다.
‘혼자 보는 그림’〈사진〉도 미술작품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개론서 격이다. 책의 저자인 김한들은 학고재갤러리와 갤러리현대 등에서 10년넘게 근무한 베터랑 큐레이터다. 큐레이터 답게 미술사적 지식을 펼쳐놓으며 독자들을 끌어들일 수도 있으나, 작가는 아주 사적이고 은밀한 고백으로 작품을 설명한다. 그래서 저자는 ‘미술책’이 아니라 ‘산문집’이라고 소개했다.
책을 읽다보면 두 가지 지점에서 위안을 받는다. 하나는 일반인 관객의 시점에서 ‘나의 작품감상법이 틀린 건 아니구나’다. 현대미술을 쉽게 전달하고, 감상하자는 목소리는 크지만 그 방법을 알려주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작가나 작품에 대한 정보가 없을땐 더욱 그렇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맞닦뜨리면 당황스럽기 그지없다. 이때 동원되는 것이 순수한 개인의 감상이다. 나의 사적인 경험들이 작가의 작품과 만나게 된다. 저자는 작품과 만나는 순간을 고백하며,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무척이나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누구나 다 외롭다’는 지점이다. 특히 지금 사회에서 다들 외롭게 살고 있다. 저자에게 고마운건 그런 외로움을 ‘친구’로 삼는 법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 신체가 약해지면, 가장 오랜시간 보내야하는건 바로 나 자신이다. 힘내라, 괜찮다는 말보다 강한 위로다.
산문집이지만 삽입된 작품들을 보는 재미도 상당하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하루도 평온치 않았던 날을 기록한’ 전병구, ‘잊히는 것 만큼 잊는 것도 두려운’ 박광수, ‘다 말해주지 않아 여운을 남기는’ 팀 아이텔, ‘바르셀로나에서 보았던 오후의 햇빛’을 다시 던져주는 알렉스 카츠의 그림들이 그 주인공이다. 혼자 보는 그림의 세계로 초대다. 원더박스 펴냄, 1만4000원. 이한빛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