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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흥행불패’ 주크박스 뮤지컬?
- 무대 위에서 만나는 퀸ㆍ아바ㆍ휘트니 휴스턴
- 익숙한 곡으로 소환한 '추억의 힘'…중장년층도 공연장으로
- 번안된 노래의 어색함…주크박스 뮤지컬의 원천적 결함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퀸·아바·휘트니 휴스턴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전설’들이 살아 돌아왔다. 지금은 ‘주크박스(Jukebox) 뮤지컬’의 전성시대. 지난해 국내에도 퀸 열풍을 몰고 온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열기를 이어받아 퀸의 명곡들이 무대로 올라온 ‘위윌락유’(WE WILL ROCK YOU), 휘트니 휴스턴 주연의 동명 영화를 무대로 옮긴 ‘보디가드’가 한창 관객과 만나고 있다. ‘댄싱퀸’ 등 아바의 친숙한 명곡으로 꽉 채운 ‘맘마미아!’는 서울에서의 앙코르 공연을 기다리는 중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동전을 넣으면 유행하는 노래를 들려주는 기계인 ‘주크박스’에서 유래했다. 과거의 히트곡이 가진 ‘추억의 힘’을 무대로 고스란히 가져온다는 강점이 있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뮤지컬을 보러가는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새로운 음악을 무대에서 만나는 일”이라며 “좋은 음악과 작곡가가 나와도 7~8곡, 많게는 10곡을 새로운 선율로 듣다보면 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힘은 여기에서 나온다. 낯선 곡들로 가득 채운 뮤지컬보다 관객을 사로잡는 힘이 월등하다. 게다가 전 세계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전설의 스타들이 부른 노래라면 ‘뮤지컬 입문자’조차 쉽게 공연장으로 발을 들이게 하는 힘이 있다. 원 교수는 “익숙한 노래를 무대로 만드니 관객들에게도 부담이 없다”고 했다.

뮤지컬 '보디가드' [CJENM 제공]

현재 공연 중인 ‘위윌락유’나 ‘보디가드’ 역시 뮤지컬을 접해본 적은 없지만, 30년 전 당대 문화를 향유했던 중장년층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보디가드’ 공연장에서 만난 최정인(53) 씨는 “개봉 당시 너무나 재밌게 봤던 영화인데다 고인이 된 휘트니 휴스턴의 명곡들을 뮤지컬로 들을 수 있어 오게 됐다”며 “이미 알고 있는 멜로디여서 그런지 몰입이 잘 되고 공연 내내 노래를 부르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음악의 친숙함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성공 요인이기도 하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제작사와 음반사 모두가 ‘윈윈’할 수 있는 콘텐츠다. 더 이상 음반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무대용 콘텐츠’로 재가공하니, 기존의 뮤지컬 팬은 물론 원곡을 즐기던 음악팬까지 공연장으로 끌어들인다는 이점이 있다.

원 교수는 “마케팅 측면에서 봤을 때도 젊은 시절 그 음악을 즐겨들었던 사람들은 음악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큰 스피커를 통해 라이브로 음악을 만끽할 기회가 없다”며 “공연을 찾아가면 과거의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다 보니 수지타산이 맞는다”고 말했다. 이어 “관객 입장에선 검증된 콘텐츠이고, 음반사 기획사 양측 모두가 이점을 가지는 양수겸장의 매력이 있다”고 덧붙였다.

뮤지컬 '위윌락유' [엠에스콘텐츠 그룹 제공]

다만 현재 공연 중인 주크박스 뮤지컬은 ‘라이선스 작품’이라는 점에서 번안 뮤지컬이 가지는 약점을 노출한다. 국내에서도 ‘퀸’ 열풍이 불었던 지난해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싱어롱’(sing along) 현상이 유행처럼 번졌다. 이미 많은 곡들을 원곡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뮤지컬의 경우 유명한 원곡이 한국어로 번안돼 올려지니, 이질감을 느끼는 관객들이 적지 않다.

원 교수는 “영어의 문법구조와 한국어의 문법구조가 다르다. 영어는 주어 뒤에 동사가 나오지만, 한국어는 주어 형용사 부사 끝에 서술어가 들어간다. 이로 인해 음악구조가 달리 나타난다”며 “번안 뮤지컬의 경우 문법적 구조가 바뀌면서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라이선스를 가진 주크박스 뮤지컬이 노출하는 ‘원천적 결함’이라 할 수 있다. 익숙한 곡들인 만큼 단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다. 결국 주크박스 뮤지컬은 번안 문제까지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러한 문제들로 ‘위윌락유’나 ‘보디가드’ 등 많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일부 곡은 원곡 그대로 부르거나, 주요 소절과 멜로디는 영어로 부르기도 한다.

2004년 스웨덴 팝그룹 아바의 히트곡을 엮은 ‘맘마미아!’의 국내 초연 성공 이후 뮤지컬 시장에도 이미 상당수의 주크박스 뮤지컬이 쏟아져나왔다. 김광석의 노래로 선보이는 ‘그날들’, 김현식의 노래가 주역이 된 ‘사랑했어요’도 인기를 모았고, 에릭 서현진 주연의 드라마 ‘또 오해영’(tvN)을 원작으로 한 주크박스 뮤지컬도 오는 3월 무대에 오른다. K-팝의 인기로 국내 가요를 엮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해외 진출도 몇 해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주크박스 뮤지컬은 생소한 노래들로 채워진 뮤지컬보다 유리한 위치에서 출발한다. 그만큼 성공률도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유명 가수의 노래를 써서 무대에 올리는 것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최종 목표가 아닌 ‘시발점’일 뿐이라고 강조한다. 최근 선보이는 주크박스 뮤지컬 중엔 압도적인 넘버(노래)에 비해 스토리의 개연성, 무대 구성, 각색의 미흡함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작품도 있다.

원 교수는 “유명하고 잘 알려진 음원을 사용하는 것은 주크박스 뮤지컬이 만들어질 수 있는 최소 환경일 뿐 그것으로 완성된 형태의 뮤지컬이 나올 것이라 판단해선 안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인지도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뮤지컬의 무대적 기법과 연출, 뮤지컬의 강점에 대한 고민이 뒤따르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항상 염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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