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서는 ‘관료주의’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관료제는 비밀주의, 번문욕례(繁文縟禮·규칙, 예절, 절차 따위가 번거롭고 까다로움), 선례답습, 획일주의, 법규만능, 창의의 결여, 직위이용, 오만 등의 권위주의적 부작용이 유발할 수도 있으며, 이것을 ‘관료주의’ 현상이라고 한다.”
관료주의의 망령이 한국 미술계에도 서성이고 있다. 직원들은 내부승진을 위해 필사적으로 한 자리라도 더 만들려하고, 기관장은 본인의 편의를 위해 조직을 키운다. 새로 생기는 왕관은 과연 누가 쓸 것인가. 자연스레 줄서기와 편가르기, 권력싸움이 팽배하다. 치열한 경쟁의 끝은 대부분 ‘논공행상’으로 끝나기 십상이다.
겉으론, 그리고 내부적으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승진 적체도 사라지고, 외부에서도 인력이 들어온다. 게다가 조직이 비대해 질수록 힘은 커진다. 무엇을 하든, 혹은 아무것도 하지 않더라도 이 조직을 쉽게 건드릴 수 없다.
이 게임의 승자는 조직원이다. 임기와 자리를 보장받는다. 이 게임의 패자는? 안타깝게도 기관을 사용하는 유저들이다. 소모적인 권력싸움에 ‘소는 아무도 키우지 않는’ 사태가 빈발하기 때문. 실적, 목표달성, 기관의 본령은 증발해버리고 비밀주의와 번문욕례로 자신들만의 성을 쌓는다.
그래서 ‘혁신’을 추진하는 조직은 최대한 일반적 ‘조직 논리’에 반하는 선택을 한다. ‘장(長)’들을 없애고 수평적 구조를 만들며, 의사결정구조를 최대한 단순화 시킨다. 업무를 놓고 조직을 구성하지, 조직을 만들고 업무를 배치하지 않는다. 그래서 ‘조직개편’은 기관이 달성해야하는 업무의 양과 성격에 대한 파악이 가장 우선이다.
관료주의의 피해를 누가 보는지 안다면, 적어도 세금을 쓰는 조직에선 개편에 앞서 가장 주의해야한다. 세금은 눈 먼 돈이 아니라, 보는 눈이 가장 많은 돈이다. 욕망의 망령을 떨쳐내야 그렇게 바라던 혁신이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혁신에는 좌도 우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