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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0년대 GD' 양준일, "대한민국의 따뜻한 마음이 지난 일을 잊게 해줬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불과 일주일 전만 해도 서버로 살았는데, 정말 믿겨지지가 않아요."

놀란 표정을 잘 짓지 못한다던 양준일은 시간을 거슬러 30년 만에 가수이자 아티스트로 팬들 앞에 섰다. JTBC '슈가맨' 출연 이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은 주인공이지만, 정작 본인은 이 모든 상황이 낯설고 당혹스러운 눈치였다.

31일 오후 1시 서울 광진구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2019 양준일 팬미팅 '양준일의 선물-나의 사랑 리베카, 나의 사랑 양준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90년대 GD'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이 데뷔 30년 만에 생애 첫 팬미팅을 열었다.

양준일은 "매일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슈가맨'에 출연한 이후 미국에 돌아왔는데, 한국에서 어떤 분이 일하는 음식점으로 전화가 걸어왔다. '지금 대한민국이 난리가 났는데, 거기에서 서빙을 하고 있으면 어떻게 하냐'며 짜증을 냈다"고 웃으며 말했다. 2019년의 마지막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한 주인공이지만, 전화를 받으면서도 본인은 "실제로 와닿지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나 공항에서 많은 분들이 알아보고, 오늘 팬미팅에도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저를 보러 왔다는 자체에 충격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1991년 데뷔한 이후 짧은 활동 기간 동안 양준일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영어 가사가 너무 많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방송 출연 정지를 당했고, 무대에 서면 돌이나 신발이 날아올 정로로 혹독한 환경에서 음악 활동을 했다. 한국을 떠날 때에도 출입국 사무소 직원에게 '너 같은 사람이 한국에 있는 것이 싫다'는 상처가 되는 말도 들었다.

양준일은 하지만 "그 당시 힘든 일들도 있있지만,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에 있을 때나, 미국에 살면서도 띄엄띄엄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신 분들이 많아 대한민국을 굉장히 좋아하고, 항상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의 지난 이야기를 하면서도 슬프지 않은 것은 한국에서의 더 좋은 추억이 있고, 대한민국에서 저를 따뜻하게 받아줬던 분들이 충분히 많았기 때문이다. 그 따뜻함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90년대 GD'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이 데뷔 30년 만에 생애 첫 팬미팅을 열었다.

양준일을 기억하는 40~50대 팬들은 물론, 이제 막 입덕한 10~30대까지의 팬들은 힘든 시절을 보낸 양준일에게 '그 시절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그 때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팬심을 드러내고 있다.

양준일은 "팬들이 제게 미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저 역시 그런 면에서 똑같이 미안하다"며 "나의 머릿속에 쌓아둔 쓰레기를 많이 버리려고 노력하며 지냈는데, 사실 그 쓰레기 안에는 소중한 보석들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보석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잊어버리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팬들과 대한민국의 따뜻한 마음이 지난 모든 일들을 녹여주고 잊어버리게 한다"고 말했다.

이미 광고계와 출판계, 엔터 업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 있는 양준일은 한국에서의 새로운 삶을 꿈 꾸고 있다. 한국에서 어떤 모습으로든 살아가는 것은 양준일의 바람이기도 하다. 물론 활동 계획도 다양하게 잡혀 있다. "팬들이 원할 때까지 한국에서 활동하고 싶고,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양준일은 "그동안 저의 이야기, 제 머릿속에 들어간 이야기를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아 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그것들을 글로 표현해 나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필 중이다"라고 밝혔다.

'90년대 GD'로 불리는 가수 양준일이 데뷔 30년 만에 생애 첫 팬미팅을 열었다.

음악 활동에 대한 계획도 있다. 그는 "과거에 냈던 앨범을 재편곡하고 녹음해 실물 앨범으로 발매하려고 한다"며 "현재 중고 시장에서 이전 앨범들이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예전 곡들을 모아 재편곡, 재녹음해 팬들이 원하는 앨범을 만들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사를 써서 새 앨범을 내기 보다는 이전의 노래들을 다시 무대에서 표현하고 싶다"며 "기존의 노래들을 충분히 표현한 뒤 새로운 노래를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양준일은 이날 오후 4시와 8시에 같은 장소에서 생애 첫 팬미팅을 연다. 양준일의 팬미팅은 1, 2회차 3600석 전석이 일찌감치 팔리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입증했다.

shee@hera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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