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수(55)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조국(54) 전 법무부장관을 불러 조사했다. 조 전 장관을 직권남용 피의자로 공개한 상황에서 과거 사건 처리 사례를 비춰볼 때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점쳐진다.
17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정섭)은 조 전 장관을 추가로 불러 조사할 계획을 세우고 일정을 검토 중이다. 조 전 장관은 전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20분까지 10시간 넘게 조사를 받고 한시간 20분 동안 진술조서를 열람했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을 상대로 진술을 들을 부분이 더 남아있지만, 최근 기준이 세워진 12시간 이상 조사 금지 방침에 따라 일단 귀가시켰다.
검찰은 가족비리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조 전 장관 소환 여부 등을 일절 밝히지 않았다. 다만 형사사건 공개금지에 관한 규정에 근거해 이번 사안을 ‘중요 사건’으로 지정하고 조 전 장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점은 공개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이뤄진 이른바 ‘적폐청산’ 사건에서 검찰은 직권남용 혐의를 폭넓게 적용해 왔다. 특정 성향의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금전 지원을 배제하거나, 반대로 부당한 활동을 지원한 혐의의 김기춘(80) 전 대통령 비서실장, 군 댓글공작 사건에 관여한 혐의의 김관진(70) 전 국방부 장관도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은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고 실형을 선고했다. 적폐사건 외에 서지현(46)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의 안태근(53)전 검사장의 경우도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다만 안 전 검사장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돼 현재 대법원 심리를 받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개입 혐의의 양승태 전 대법원장 역시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통상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이 실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거나 사건 관계인과 진술이 엇갈리는 등 증거인멸 우려가 있는 경우, 도주 염려가 있는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조 전 장관의 경우 도주 우려는 없지만, 이전 직권남용 혐의 중요 피의자들과 비교하면 구속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청와대와 조 전 장관은 감찰 당시에는 범죄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했고, 감찰 중단 경위도 박형철(51) 전 반부패비서관과 백원우(53) 민정비서관과 함께 협의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한다. 반면 박 전 비서관과 백 비서관은 조 전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종료된 것이라고 진술하고 있어 해명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의무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정상적인 권한 행사를 방해한 때 성립한다. 5년 이하의 징역,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좌영길 기자/jyg97@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