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경찰청 고위간부 ‘올스톱’ 속 검찰인사만
1월께 조기인사땐 규정 무시·위법 논란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정부가 최근 검사장급 검찰 고위간부 승진인사를 위한 검증작업에 착수하면서, 청와대와 관련한 각종 수사의 공소유지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법무부는 최근 사법연수원 28~30기 검사들에게 인사검증 동의서와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부장승진 가능성이 있는 연수원 34기에게도 인사검증 동의서가 전달됐다. 연수원 34기 중에는 현재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조국(54) 전 법무장관 일가에 대한 비리수사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부부장검사들도 포함돼 있다.
주목할 점은 법무부에서 조기인사를 강행할 경우, 청와대를 겨냥한 수사를 너머 재판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다. 통상 공공수사부나 반부패수사부 등이 직접수사하는 주요 사건의 경우에는 수사팀이 직접 재판에 출석한다. 현재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와 5촌조카 조범동(36)씨에 대한 재판에는 조 전 일가 비리수사를 맡고 있는 반부패수사2부(부장 고형곤) 소속 강백신(47·사법연수원 34기) 부부장 검사와 이광석(46·33기) 부부장 검사가 참석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취임 직후 서울중앙지검 내 국정·사법농단 등 대형사건 관련 공소유지 전담팀을 구성하라는 지침을 대검에 내렸다.
실제 좌천 인사로 인해 재판에 영향을 준 사례로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이 꼽힌다. 문재인 정부 취임 후 첫 살아있는 권력 수사로 불렸으나 기소 후 7개월이 지난 11월이 돼서야 첫 공판준비기일이 열렸다. 재판부가 100일가량 시간을 끈 것도 있었지만, 수사 검사들의 인사로 줄사표가 이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법무부는 지난 8월 서울동부지검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당시 주진우(44·31기) 동부지검 형사6부장을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인사를 내면서 파장이 커졌다. 사실상 좌천성 인사였고, 주 부장검사는 사표를 냈다. 이 사건 지휘부였던 권순철(50·25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도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인사가 나 검찰을 떠났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문제를 놓고 질책했지만, 검찰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현재 검찰 인사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건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사건, 기소 예정인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 등이 꼽힌다. 재판 결과에 따라 청와대에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검 지휘부를 비롯해 서울중앙지검 주요 부서 등 인력 교체로 인해 수사 뿐만 아니라 재판 공소유지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의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도 “한창 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인사가 나면 수사뿐만 아니라 재판진행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기소 후 인사가 날 경우에 대해서도 “청와대 수사를 맡고 있는 검사들이 한직으로 인사가 나도 버티면 공소유지는 할 수 있지만, 영향을 받는 건 사실”이라며 “업무가 두 가지로 늘어나기 때문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서울중앙의 부부장검사가 지청이나 지검 부장검사로 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인데, 공소유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재판기일에 업무를 할 수 있도록 승인이 원활히 이뤄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필수보직기간이 1년인 검사들에 대한 인사를 단행한다면 법령 위반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 (기존에 비해 빠른 시기인) 1월 말 인사를 내는 것도 진정성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령인 ‘검사인사규정’에 따르면 일선 차장, 부장인 고검검사급 검사의 필수보직기간은 1년이다. 검사장들의 경우 필수보직기간이 없지만, 지난 5년 사이 고위간부 인사의 평균 재직기간은 1년이다. 평검사 인사의 경우 매년 2월에 1회하도록 원칙을 정해놨다. 현재 경찰 치안정감·치안감 인사와 국가정보원 1급 간부인사 등이 정체된 상황에서 검찰 고위간부만 지난 8월 인사 이후 4개월여 만에 단행하는 점도 비상식적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와 관련, 현재 대전·대구·광주고검장 등 고검장급3자리와 부산·수원고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검사장급 3자리가 비고, 정기 인사시즌에 대비하기 위해 검증을 준비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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