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피해 학생 조차 진행사항 몰라”… 깜깜이 조사에 반발
사전공개된 다음 학기 류 교수 강의… “이미 조사결과 아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일종이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백양관에서 예정된 '대한민국의 건국과 발전' 교양수업을 위해 강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 등 문제성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류석춘 연세대 교수에 대한 윤리인권위원회(이하 윤리위) 조사가 깜깜이로 이뤄져 학생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 측은 교수의 개인정보임을 이유로 조사 과정 및 결과를 공개할 수 없단 입장이지만, 3개월 째 진행되는 조사에 학생들은 “피해 학생조차 조사 과정을 알지 못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류 교수 사건에 대한 연세대 윤리위 조사는 3개월째 ‘현재 진행형’이다. 논란이 불거진지 2개월 가량이 지난 지난달, 류 교수의 발언에 대한 윤리위의 1차 회의가 진행됐지만 조사 결과에 대한 최종 결정은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월 연세대 윤리위는 성희롱 논란이 불거진 류 교수의 발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류 교수는 지난 9월 ‘발전사회학’ 전공강의 시간에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문제가 됐다. 또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생에게 “지금도 매춘에 들어가는 과정이 딱 그래요. 매너 좋은 사람한테 술만 따르면 된다. 지금도 그래요. 궁금하면 한 번 해볼래요?”라고 말해 성희롱 논란이 일었다.
학교 측은 비밀 유지 의무를 이유로 해당 사건에 대한 결과를 말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연세대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며 “윤리위 조사 과정과 결과는 교원 개인에 관한 정보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에 대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이러한 깜깜이 수사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김동명 연대나비 대표는 “이 사건과 가장 관련이 큰 일본군 위안부 학내 단체인데도 조사 절차가 어떻게 돼가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며 “해당 사건의 피해 학생들인 사회학과 학생들도 진행사항에 대해 알고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또, 류 교수의 수업이 다음 학기 수강 편람 목록에 올라온 사실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은 윤리위 조사 결과가 솜방망이로 끝나는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지난주 연세대 재학생들이 우회적으로 찾아낸 2020학년도 1학기 수업편람에는 류 교수의 ‘경제사회학’ 전공 수업과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민주화’ 교양 수업이 포함돼 있었다.
학교 측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사안이라 답변했지만, 학생들은 학교 측의 미진한 태도에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세대 사회과학대학 재학생은 “다음 학기 수업 계획을 올렸다는 건 이미 윤리위 조사가 징계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수강편람이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아직 조사 중인 류 교수가 강의계획을 올리고 강의 준비를 한다는 건 말도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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