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조정위원은 지속적 줄고, 30대 조정위원은 1%대
서울중앙지법·서울고법이 위치한 법원종합청사 전경[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판결이 아닌 당사자간 합의를 이끌어내는 조정위원회 위원 연령대가 지나치게 고령화 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하는 합의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정위원 구성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각급 법원이 위촉한 조정위원 중 50세 이상 비율은 86.3%를 차지했다. 특히 60·70대가 51.1%였다. 반면 40대 조정위원은 11%에 불과했다. 고령화 현상은 최근 꾸준히 심화하고 있다. 각급 법원장들이 위촉한 조정위원의 연령 구성은 2013년 50대 이상이 82%를 차지했고, 2017년부터는 70대 조정위원이 다수 등장하면서 이 비중이 더 올랐다. 반면 40대 조정위원 비중은 2013년 15%에서 오히려 줄었다.
조정위원들의 연령대가 고령화되면서, 조정에 회부된 사건을 담당하는 변호사들의 고충도 생겨났다. 정보공개 청구소송을 맡았던 한 30대 변호사는 “한 기업을 상대로 특정 정보를 공익 목적으로 공개할 것을 요구했지만 기업측은 이 정보가 ‘개인정보’에 해당한다고 버티는 상황이었다”며 “그런데 조정위원들이 생각하는 ‘개인정보’에 대한 인식과 개념이 요즘의 인식과 너무 달라 처음부터 막막했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결국 조정에 실패하고 재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이혼사건에서도 조정위원과 대리인 간 인식차이가 나타난다. 이혼사건 재산분할 소송을 대리했던 한 변호사는 “법조인 아닌 나이 지긋한 조정위원이 ‘좋은 게 좋은 것’이란 투로 재산분할을 50대50으로 하라고 말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렇게 되면 그동안 제가 말했던 것과 달라 옆에 있던 의뢰인이 변호사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게 된다”며 “작은 금액도 아닌 사건에서 이렇게 조정위원이 무심하게 말해 매우 난감했다”고 말했다.
조정위원들의 연령대가 상향화되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설명된다. 비상임조정위원의 경우 하루 일당을 받는데, 이 돈이 4만원 가량이다. 한창 현업에서 종사하는 전문가들 대신 은퇴한 교사, 공무원, 지역의 명망가 등이 봉사활동 또는 명예직 개념으로 지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한번 위촉이 되면, 특별히 물의를 일으키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재위촉하게 된다. 지방에서 법원장을 지낸 한 부장판사는 “그만둘 생각이 없는 사람들에게 단지 나이가 많다고 그만두라고 하기 미안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법원도 다양화 필요성에 공감하고 대안을 모색중이다. 서울법원조정센터의 하철용 제1조정상임위원은 “현재, 조정상임위원(변호사 자격요건)에도 청년층을 기용하기 위해 기존 10년 변호사 경력이 필요하던 것을 변호사로서 조정업무만 3년을 했다면 가능하도록 조절해 적용중”이라고 밝혔다. 조정 경험이 많은 서울고법의 한 부장판사는 “장기적으로는 현재 법원에 종속된 조정절차가 독립된 기관으로 분리되는 것이 옳다”며 “그렇게 되면 조정인이란 전문직군 자체가 가능하고, 그 직업군의 구성 역시 다양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아직까지 우리 국민은 이기든 지든 판결을 선호하고, 조정도 법원의 권위가 없으면 승복하지 않는 경향이 커 시기상조”라며 “대신, 법원이 조정으로 회부될 사건과 판결로 맺을 사건을 처음부터 잘 골라내는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민사 재판 도중 조정에 회부된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결론이 난 사건 중 조정화해로 종결된 비중은 16.1%였고, 서울중앙지법은 13.3%로 각급 법원 중 가장 낮은 성공률을 보였다. 처음부터 조정으로 신청이 들어온 사건의 성공률은 29.8%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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