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숙명여대 순헌관에서 열린 '한일 뉴라이트 역사부정을 검증한다' 심포지엄에서 참석자들이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운자]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책 ‘반일 종족주의’가 크게 흥행한 것은 유튜브 등 뉴미디어 매체를 통한 한·일 우파간의 ‘네트워킹’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서울 숙명여자대학교 순헌관에서 열린 한·일 공동 심포지엄 발표자로 나선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강성현 교수는 “최근 우파 도서들이 쉽게 베스트셀러로 진입하게 되는 배경에는 유튜브 등을 기반으로 한 신(新) 친일파의 결집이 있다”며 이를 ‘반일 종족주의 현상’이라고 명명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한일 양국 학계가 ‘반일 종족주의’ 열풍을 공동으로 조명하는 최초의 자리다.

일제강점기 징용과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한 ‘반일 종족주의’는 출간 한 달여 만에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위가 됐고, 11월 일본에서 번역 출간되자마자 온라인 서점 ‘아마존 재팬’ 종합순위 1위에 올랐다.

강 교수는 ‘반일 종족주의’를 대표 집필한 이영훈 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유튜브 채널 ‘이승만 TV’를 통해서도 관련 내용을 적극 전파한 것이 책의 파급력을 높였다고 봤다.

그는 “역사수정주의 콘텐츠의 흥행은 일본 쪽 ‘넷우익(일본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극우 성향 사용자)’들이 대량 유입된 결과”라며 “유튜브 광고 수익이 커지면서 이를 보고 ‘제2·제3의 이영훈’이 되고 싶어 하는 유튜버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했다.

친일파를 자칭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리그’를 형성하며 고립됐던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미디어에 기반한 한일 간 우파 네트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해석이다.

토론자로 나선 독립연구활동가 심아정 씨는 “페이스북·유튜브·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는 2010년 말 ‘아랍의 봄’부터 2017년 ‘미투(#Me Too)’까지 사람들의 의식을 깨고 집단행동을 촉발하기도 했지만, 가짜정보와 혐오 표현이 유통되는 주요한 창구가 되기도 했다”며 “특히 유튜브는 가짜뉴스의 온상이란 말을 들을 만큼 폐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도 별도의 발제에서 이러한 역사왜곡의 확산을 우려하며 “혐오표현이 물리적 폭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있어 문제인 것처럼 역사부정 행위 역시 더 중대한 폭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역사적 진실을 부인하거나 왜곡하는 발언을 처벌하기 위해 ‘역사부정죄’를 도입하자는 논의에 대해서는 “남용의 위험도 크고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도 있다”며 충분한 사전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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