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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검찰 법조인들도 ‘경찰통제 약화’ 우려 한목소리
‘수사권 조정’ 부분 시기상조 지적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검경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 처리를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되레 국민의 인권침해 소지가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의 견제기능보다는 경찰의 수사권 강화에 무게를 두다 보니 기존에 갖춰진 상호견제기능을 해체하는 결과가 나왔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13일 국회 본회의에 패스트트랙 지정 법안들을 일괄 상정하고 17일 표결할 방침이다. 자유한국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신청할 예정이지만, 17일부터 새로운 임시국회가 시작되면 필리버스터는 무력화된다.

검찰의 직접수사 축소에 대해서는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린다. 다만 수사권 조정 부분은 검찰 출신이 아닌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국회에서 가결하기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지방변호사회 검경수사권조정TF 위원이었던 김정철 변호사는 “변호사들이 전반적으로 우려하는 것이 검찰의 수사지휘권 폐지 문제”라며 “국민 입장에서 어떤 수사기관이든 상호견제가 이뤄져야 인권이 침해되지 않고 적절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은 기존에 갖춰진 상호견제 기능은 없앴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또 “현 법안은 경찰에게 불송치결정권한을 부여하는데, 사실상 불기소 권한을 준 것”이라며 “공소를 담당할 검사에게 보완수사도 하지 못하도록 기소권과 수사권을 경찰에게 전부 넘기는 것과 같다. 형사소송법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법안은 보완수사를 요구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고 하는데, 판단 주체가 없어 견제기능이 작동하지 못할 수 있다”며 “검찰 자체가 경찰의 수사를 통제하기 위해 마련된 조직인데, 경찰의 통제권한을 대폭 축소해버리면 검사제도 자체가 몰각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온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 ‘수사 지휘’라는 단어 때문에 수사지휘권이 경찰과 검찰 간 권력 구조를 의미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경찰권을 사법통제 하에 두겠다는 게 검사의 수사지휘권”이라며 “국민 인권차원에서 도움이 되지 않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서울변호사회(회장 박종우)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및 공수처 설치 신속처리 법안에 대한 회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경찰의 1차 수사결과 불기소 의견일 때 해당 사건을 검찰이 보내지 않는 내용에 대해 반대의견이 68.8%(1020명)으로 높았다. ‘매우 적절하지 못하다’는 답변은 39.5%(588명)이었다. 찬성의견은 18.6%(276명)에 불과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패스트트랙 법안에 지정됐을 때부터 도마 위에 올렸다.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 검찰의 ‘직접수사권’은 유지하면서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를 폐지했기 때문이다. 법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경찰은 불기소 결정을 하면 그대로 사건이 끝난다. 검찰이 60일 이내 재수사를 요청하거나 사건 당사자가 이의신청을 할 수 있지만, ‘정당한 이유’가 전제돼야 한다.

반면 서울지방변호사회 검경수사권조정TF 위원을 지낸 조순열 변호사는 “혐의가 있는 자는 경찰 기소의견 송치로 잡아내고, 놓친 것이 있어도 불송치 결정하면 이의신청권이나 재수사요구권을 통해 구제가 충분히 가능하다”며 “혐의가 없는 사람을 조속히 피의자 신분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게 맞다. 현행 제도하에 검찰의 불기소처분이 있을 때까지 경찰의 의견을 알 수 없는데, 법안을 통해 경찰의 절차나 결정에 대해서도 당사자들에게 통지하게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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