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과 서초동 사거리, 여의도 등 올해 연말을 달군 보혁 갈등 집회 탓에 일선 경찰들의 피로도가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 특히 현장 경찰들은 계속된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경찰청은 수당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예산 소진이 이유로 꼽힌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11월 경찰청에 월 134시간(1인당)이 넘는 초과근무에 대한 수당을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지난달 22일 공문을 통해 집회시위가 몰렸던 10월 한달만 134시간이 넘는 근무시간에 대한 초과근무수당을 지급하고, 11월부터는 초과근무수당 지급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34시간 넘게 일한 부분에 대해 11월분도 초과수당 지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경찰 내부 규정에 따르면 내근을 하는 경찰들은 월 57시간, 집회 시위 등 현장에 출동하는 경찰들은 월 134시간까지 초과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워라밸 차원에서 직원들에게 초과근무를 하지말 것을 권유하고 있다”며 “수도권 경찰을 동원하는 등 보완적인 방법으로 경찰이 초과근로를 하지 않도록 운영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 역시 전달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10월은 예외적으로 134시간이 넘는 초과수당에 대해 인정해준 것이다”며 “11월 초과근무수당을 지급치 않는 것이 아니라 원래대로 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집회시위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주말과 휴일에도 계속되면서 서울시내 일부 경찰 기동대 대원들의 초과근무시간이 134시간을 초과하는 일이 많아졌다. 실제로 지난 10월 3일 이후 매 주말마다 열린 서울지역 집회에는 거의 1만명~1만2000명 가량의 경력이 집회 현장에 배치됐다. 때문에 134시간 미만으로 근무하라는 경찰청 지침과는 달리, 현장 경찰들은 대체휴가를 쓸 시간 자체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의 한 간부급 경찰은 “경찰청 초과근로 수당의 총액 자체가 정해진 상황에서, 올해 집회시위가 유난히 많아 예산 자체가 바닥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경찰이 질서유지에 동원되는 집회시위는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늘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11월까지 1만2756건의 집회에 경찰이 투입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8745건에 비해 5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올해 열린 집회 중 상당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 후 된 후 전국에서 열린 찬반 집회와 검찰 개혁을 둘러싼 보혁간의 맞불집회다. 박병국 기자/c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