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입법 없이는 판결 영향미치기 위한 집회 등도 못막아
강창일 의원 법안 행안위 소위 계류중, 올해 안 통과가능성 낮아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회나 법원 등 주요기관들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토록 한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의 효력이 오는 31일로 종료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해당 법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대안 입법의 연내 통과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국회 앞이나 법원 앞에서 어떤 집회 시위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대규모 집회로 번질 수 있는 집회’, ‘주변인들에게 심각한 소음을 발생하는 집회’가 열려도 경찰이 이를 제지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어지게 된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1일 경찰청에서는 정보국과 경비국 소속 경찰들의 회의가 종일 이어졌다. 오전에는 민갑룡 청장에 대한 보고가, 오후에는 국장 주재의 회의가 열렸다. 국회나 법원 등 주요 국가기관들로부터 100미터 이내에서는 집회를 금지토록 한 법이 효력을 상실한 경우 그 공백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다.
하지만 이날 회의에서도 경찰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국회 분위기로 봐서는 법안 효력이 사라지는 12월 31일 이내 발의된 대안 법률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100미터 안에서 어떤 집회시위라도 열릴 수 있다는 상황을 전제하고, 이에 대한 질서유지를 강화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헌재는 지난해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11조 1항과 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 법률 조항이 올해 12월 31일까지만 유효하며, 대안 입법을 마련하라고 국회에 주문했다. 집시법 11조는 국회의사당, 국무총리 공관 및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에서 옥외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해당 법이 효력을 잃는 기한이 18일 밖에 남지 않았지만 12일 현재까지 법안을 대체할 새로운 법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지난 7월 1일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받은 내용을 삭제하고 일부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한 집시법 개정안을 발의 했지만,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에 계류중이다. 해당 법안은 지난 9월 23일 상임위 소위에서 논의된 이후 3개월동안 추가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이 법이 통과하려면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사위, 본회의 상정 등의 절차를 거쳐야 된다. 경찰은 올해안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강창일 의원의 법안은 현행 집시법 가운데 ‘100m 이내 집회금지’ 규정을 삭제하고, ▷국회의 활동을 방해하기위한 목적이 아닌 경우 ▷국무총리를 대상으로 하지 아니하는 경우 ▷법관이나 재판관의 직무상 독립을 위협하거나 구체적사건의 재판에 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규모 집회 또는 시위로 확산될 우려가 없는 경우에 한해 국회, 국무총리공관, 법원앞 집회를 허용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헌재 결정에 따라 12월 31일이 되면 집시법 11조 1항과 3항은 효력을 잃는다. 국회와 법원, 국무총리 공관 근접 거리에서 시위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 것이다. 국회 담이 집회시위 인파들로 포위되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법안이 효력을 잃으면 100미터 이내 집회시위는 무조건 받을 수밖에 없다”며 “경찰로서는 질서유지선을 강화하거나 경력을 활용해 있을 수 있는 불상사에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법안이 빨리 통과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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