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감소하는 언론사 준비반 정원… “지원하려는 학생 적어”
언론사 공채 수험번호, 1300번대에서 1년만에 1000번대로
전문가, “인문계 취업난으로 지원자 수 유지될 뿐… 앞으로 더 줄어들 것”
기자 및 PD 지망생들이 모인 다음 카페 ‘아랑’의 채용정보 게시판. [사진= ‘아랑’ 카페 캡처]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기자지망생’을 찾기 힘든 때다. 수습기자 공채에 지원하는 지원자수는 매년 줄고 있고 각 대학 언론사 준비반은 점차 정원을 축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월호 사고 보도 이후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고 취재 환경이 혹독해지면서 기자가 되려는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기자가 되려는 취업 준비생 시장은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취업난 덕에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일각에선 취업난이 해소되면 기자지망생이 급감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취업준비생에게 언론사들의 위상은 예전과 같지 않다. 한때 언론사 입사 경쟁률은 ‘100대 1’에 이르렀지만, 최근에는 지원자들의 감소로 경쟁률이 낮아졌다는 얘기가 나온다. 저출산으로 인한 지원자수 감소도 원인이지만,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라는 말이 쓰일만큼 언론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도가 하락했고 언론의 취재환경이 예전처럼 녹록치 않기 때문이란 분석도 적지 않게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학 언론사 입사 준비반의 경쟁률과 정원이 줄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려대학교 언론사 입사 준비반 ‘KUMA’의 경우 2017년과 2018년에 25명이던 수강인원이 올해 18명으로 줄었다. 준비반에 들어오려는 지원자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성균관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년간 성균관대 언론사 준비반에서 공부했던 박모(28) 씨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10명 넘게 지원자 수가 줄었다”며 “기자를 지망한다는 친구들이 주변에서 점점 적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기초교육 기관으로 많은 기자 및 PD를 배출한 ‘이화여대 프런티어 저널리즘 스쿨(Frontier Journalism School, 이하 FJS)’의 지원경쟁률도 지난 3년간 감소했다. 2016년 9.3대 1이었던 FJS 정규 프로그램의 경쟁률은 2017년 8.3대 1, 2018년 7.3대 1, 올해에는 7.2대 1로 줄었다.
각 언론사 수습기자 공개채용에 지원하는 지원자수는 대외비라 공개되지 않지만, 수험번호를 보면 지원자수가 매년 줄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대표적으로, 언론사 C사의 2017년 수습기자 공채 당시 서류전형 합격자의 마지막 수험번호는 1300번대였다. 그러나 2018년 수습기자 공채의 경우 마지막 합격자 수험번호는 1000번대에 그쳤다. 언론사 지망생들이 정보를 나누는 다음 카페 ‘아랑’의 활동회원수도 5년 동안 3000명 가까이 줄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11월에 평균 1만 1170명이던 ‘아랑’ 카페의 활동회원수는 지난달 평균 8436명으로 떨어졌다. 활동회원이란 해당 카페에 접속해 카페 활동을 지속하는 회원을 말한다.
미디어 전문가들은 기자지망생 감소의 원인으로 언론의 신뢰도가 하락했고 더이상 기자직의 메리트가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종민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정한 보도와 사회적 공익 등의 측면에서 기자를 지망하던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 오보 등 언론의 부정적 측면을 경험하게 됐다”며 “기대와 다른 언론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더이상 지망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신문사에서 근무하는 12년차 기자 A 씨는 “현장에선 ‘기자하기 힘든 때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와 달리 취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사회적으로 기자의 위상이 하락하고 경제적인 보상도 예전만큼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학생들이 기자에 대해 느끼는 메리트가 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기자지망생 감소는 눈에 띌 정도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점차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송상근 성균관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초빙교수는 “지금 기자직 지원자 수는 인문사회계열 학생들의 취업난과 여성 지원자들의 유입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그러나 경기가 좋아지고 인문계 학생들의 취업난이 해소되면 학생들의 선택지가 늘어나서 오히려 기자지망생의 숫자는 앞으로 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jakmee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