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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춤과 뉴미디어 기술의 만남…그 표현의 한계는 어디일까

지난달 2일 우리춤연구소에서는 2019 국제학술심포지엄 ‘4차 산업혁명 담론시리즈Ⅱ’를 개최했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기술 진화에 따른 문화예술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공연기술 진화와 더불어 다각적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공연예술계의 흐름을 살피고, 그 속에서 한국 춤문화의 기술융합 사례를 소개했다. 이 날 발표에서는 한 달 전, ‘콘텐츠문화광장 스테이지66’에서 공연한 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의 ‘기억의 파편’이 한국 춤 문화와 기술이 접목된 공연 사례로 발표됐다.

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가 10주년을 맞아 공연한 ‘기억의 파편’은 서울문화재단, 한국콘텐츠진흥원,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 후원했다. 인간의 삶과 기억 그리고 고통, 죽음과 연관된 인간의 감정과 인식들이 몸 그리고 동작이나 움직임으로 어떻게 드러날 수 있고, 기술이 이러한 표현들을 어떻게 극대화 시킬 수 있는지 탐구한 작품이다. 이를 위해 인터렉티브 아트(Interactive-Art)와 컴퓨터 아트(Computer-Art), 비디오 아트(Video-Art), 키네틱 아트(Kinetic Art)를 사용했으며, 무용 공연이면서 동시에 기술적 효과들이 라이브로 접목된 뉴 미디어 아트(New Media Art)로 평가된다.

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 기억의 파편 공연장면.[최원선본(本)댄스컴퍼니 제공]

신체 행위에 의한 표현에서 기술성에 의한 표현으로 새롭게 시도된 이 공연엔 무용수의 동작마다 여러 기술이 사용됐다.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으로 무대를 가상의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 호흡 센서를 이용해 무용수의 움직임을 영상으로 시각화 했다. 무용수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캡쳐하고 변환하여 3D 이미지화 한 후, 두 개의 흰색 샤막(Shark-Tooth Curtain)에 투영하면서 홀로그램과 같이 영상에 입체적인 효과를 냈으며, LED 적외선 조명과 적외선 카메라 센서를 이용해 무용수들의 이동 동선을 추적하고 움직임에 의한 여운과 흔적을 시각적으로 드러냈다.

인간의 감정과 고통의 기억은 무용 동작으로, 그리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움직임들의 흔적과 그 여운을 표현해내는 것은 기술의 역할이었다.

이를테면 무대 뒤의 흰 배경 막을 따라 바닥 전체로 용암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물줄기는 무용수가 표현하고 있는 괴로움의 눈물이면서 피로 물들어가는 상처의 흔적을 나타낸다. 흰 무대 바닥 위에는 무용수들이 지나갔던, 혹은 움직임이 사라진 흔적이 영상으로 나타났는데, 무용수의 이동 동선을 뒤 따르며 무대 바닥에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패턴들이 인간 내면의 정신적 고통과 출혈 즉, 고통의 자국을 상징하고 있었다. 피멍으로 얼룩진 상처는 입자가 충돌하는 시뮬레이션을 조합시켜 상처의 파편들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영상으로 인해 천천히 회전하는 무용수의 흰 치마는 치맛자락부터 서서히 피로 물들었다.

다양한 기술의 접목은 안무 된 동작과 움직임들의 고유성 및 표현의 질감을 적절하게 표현하며 장면의 느낌을 강렬하게 전달하고 몰입감을 더했다.

무용과 기술이 만들어낸 ‘기억의 파편’은 춤과 기술의 균형을 적절히 유지하면서 관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며 새로운 공간과 가상의 이미지를 창출 했다.

공연예술에도 제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기술적 효과가 공연예술에서 활발하게 활용되고 있다. 기술이 만들어내는 무대의 매력은 관객들의 몰입도와 상상력을 더욱 자극시키기에 효과적이다. 따라서 공연예술의 기술적 확장은 창작자의 아이디어와 주제를 보다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작품 속 의미의 전달력을 높이는 가운데,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본다.

공연칼럼니스트/dear.hankyeo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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